혀끝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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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책을 처음 받아들고,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당혹스런 마음에 백민석을 이리저리 검색해 본다. 여기저기 놓인 백민석의 10년만의 귀환에 대한 대대적인 환영들. 여전히 아리송 가리송하고 당혹스럽다. 아마도, 그 귀환에의 반가움과 열렬한 성원의 앞에 놓인 절대적인 '원인'과 이유를 이번 단편집 『혀끝의 남자』에서 제대로 찾지 못했기에 밀려온 당혹이리라. 갑작스런 절필과 칩거로 뭇 젊은 평론가들을 애닳게 했다던 작가 백민석의 힘과 재주를 절절히 느끼기에는, 작가 백민석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아쉬운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기존의 것을 살짝 손질한 단편들과 복귀 후 새로 쓴 단편 2편으로 이루어진 이번 단편집.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투영된 단편들과, '신데렐라 게임을 아세요', '재채기', '시속 팔백 킬로미터'와 같이 지극히 짧지만 나름 참신하게 다가오는 작품들도 있지만, (아마도 작가의 인도여행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복귀 후 작품이자 표제작인 '혀끝의 남자'는 솔직히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손바닥 안쪽에 쉽사리 쥐어 잡을 수 없어 당황하기까지 했던 단편이다. 

 '머리에 불을 이고' 불꽃이 낼름낼름 이는 '혀 끝'을 걷는 남자를 보았다... 여행하며 본 풍광들과 겪은 사람들, 짐승들, 접하게 된 일련의 사건·사고 소식을 토대로 자신과 삶과 주위와 우주를 돌아보며 성찰한 끝에 나온 나름 치밀한 사유와 표현이 아니었을까... 짐작은 해 보지만, 쓰여진 텍스트만 놓고 보면 솔직하게 말해 그건 꿈보다 해몽에 불과한 해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별 것' 없었던 느낌이 강하다.

 책 끝에 힘주어 외치고 있는 평론가의 해설도 사실 크게 와닿지 않는데, 내 삶이 뒤틀려 있어 그런 듯 하기도 하고, 해설 역시 꿈보다 해몽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도 기존의 백민석 작가를 잘 모르기에 어떤 글과 말을 보고 듣는다 해도 지금으로선 미처 가 닿을 수 없는 지지至知의 평원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크다.

 결국 '백민석'과 '혀끝의 남자'와 '해설 무표정하게 타오르는 혀'를 고스란히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면, 백민석의 지나온 글자취를 찾아 더듬고 보고 읽고 느껴보는 것 뿐. 아직까지 '혀끝의 남자'는 내 혀 끝에는 와 닿지 않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