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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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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과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합니다. 처음 마주 대한 느낌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살짝 시답잖다는 것. 그녀의 소설짓기 능력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내용 자체가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녀의 경험이 얼마나 배어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1%든 99%든 간에 인물의 배경을 만들고 캐릭터를 창조해 내고 끄적끄적 써내려 나가는 능력만큼은 나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큰 줄거리나 세세한 얼개는 딱히 없는 작품입니다. 언어연수(인지 아닌지 명확히 구분지어 일컬을 수도 없는 시간)로 간 뉴욕에서 몽롱한 시간들과 마약을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케이. 과거의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을 차곡차곡 만나며 때로는 역겨움을 느끼기도, 때로는 타인에게 역겨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는 케이. 청춘 특유의 불안인지, 개인이 겪는 특수하고도 특이한 불안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감정과 맞닥뜨리고, 평범하고 공통적인 개성을 지닌 인간인지, 특수하고도 특이한 개성이 배어있는 인간인지 모를 몇몇 사람들과 맞닥뜨리며 독특하면서도 약간은 혼란스러운 경험을 이어갑니다.

 

 미국인 친구들의 부모님과 가정사, 한국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부모님과 가정사 등에는 그들의 나라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적절히 양념된 채 잘 투영되어 있고, 인물들이 구구절절 늘어놓는 넋두리 속에도 나름 기구한 역사의 파편들이 군데군데 조각조각 박혀 있기도 합니다.

 

 역겨움을 느끼게 하는 있는 집 자식들 혹은 있는 척 하는 청춘들, 질세라 역겨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케이의 언행. 허무와 절망과 혼돈의 시공간을 부유하는 흔한 한 때의 청춘군상들일 수도, 지극히 작위적인, 실체를 규명할 수 없는 머나먼 세계 어딘가에서 바람소리처럼 간간이 들려오는 '카더라'의 잔영들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세상은 넓고, 다양한 인간들이 존재하며, 그들과 마주하는 시간과 공간이 그렇게 만들어지고 이루어지는 것 자체는 분명 실재하는 일이며, 그 경험의 폭과 깊이, 색채가 어떠하건간에 느끼고 받아들이고 버리고 무시하고 혼란스러워하는 행위는 누구나가 겪고 거쳐나가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라는 것. 역시나 형태와 색채와 폭과 깊이는 전혀 다르지만 나 역시 이 뜻모를 시기에 거쳐갔던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의 면면을 잠시나마 되짚어 보며 그런 일도 있었지, 그런 놈도 있었지 하는 일말의 탐색기를 가졌다는 것.

 

 외국에서 사온 가방으로 허세 떨고, 그 허세를 보기좋게 비웃어주는 여인네들의 묘한 기싸움 이외에 딱히 이렇다할 공감을 발견할 수도, 사실 발견할 필요도 없는 작품이었지만 꽤나 독특한 향취가 묻어나는 이채로운 소설이었습니다.

 

 그 불안과 방황과 수없이 부유하는 단상의 끝에 일말의 깨달음을 얻고 떨쳐 나아가려하는 케이. 시작 혹은 새로운 전환 아니라, 수없이 지나쳐온만큼의 시공간과 듬성듬성 혹은 주구장창 휘몰아치는 단상과 단상들이 뒤틀리고 변형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며 끝없이 부딪쳐 오겠지만, 언제일지 모르지만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힘껏 나아갑시다, (나와) 함께, 걸어, 나아갑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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