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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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森沢明夫’의 작품답게 역시 착한 이야기다.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まちゃんのおつかい便]. 제목부터가 기특하지 않은가. 일찍 돌아가신 엄마로부터 타인을 기쁘게 했을 때 제일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배운 주인공 타마짱이 선택한 ‘작은 모험’은 쇼핑 약자를 위한 심부름 서비스였다. 연일 체력이 약해지는 할머니를 보고 시골에 사는 노인들은 쉽사리 물건을 사러 다니기가 쉽지 않음을 깨달은 타마짱은 별 의미를 못 느끼는 채 다니고 있던 대학을 때려치우고 창업을 준비한다. 친구들의 현실적인 조언에 불안감이 덮쳐오기도 하지만, 우연히 책을 읽다 발견한 글과 마침 연락이 온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힘을 얻는다.


지금 내 앞에는 먼저 지나간 사람들이 남긴 바퀴 자국은 있어도 정해진 선로는 없다. 내 마음을 나침반 삼아 나만의 길을 걸으면 된다. 그것만이 후회 없이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죽음을 빛나게 하는 삶>


심부름 서비스는 시작부터 순조롭게 진행된다. 무엇보다 타마짱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나 응원을 해주시는 아빠 쇼타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의지가 되는 새엄마 샤린, 누구보다 다정하게 현명한 조언을 해주시는 시즈코 할머니. 가족이란 그 자체로 보물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고향친구 소스케는 냉장차를 멋지게 꾸며주고, 마키는 홍보전단지를 만들어줬다. 그다지 돈이 되는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내노라면 삶이 풍족해지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살다보면 힘들 때도 많고, 슬픈 일도 마주친다. 그래도 인생은 1분1초가 아까우니까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열심히 걸어가야 한다.


인생은 딱 한번뿐인 ‘놀이 기회’래. 그러니까 즐기자고 마음먹은 사람만이 ‘작은 모험’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대.

p.263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은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라 해도 좋을 만큼 유익한 글이 잔뜩 담겨있다. 어찌 보면 상투적인 내용이기도 하고,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이런 종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늘 울고 웃으며 즐기게 된다. 어딘지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과도 비슷한 분위기에 ‘스마일, 스미레’ 같은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이 소설의 등장인물인 마키(에밀리를 닮은)가 ‘링코의 삼라만상 운세(스미레의 친구)’의 열혈팬이다. ‘미코의 보물상자’의 미코처럼 일상에서 보물을 찾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는 따스한 빛이 눈부시게 퍼져간다. 코니 프랜시스의 ‘배케이션 Vacation’ 노래를 타고 멀리 멀리, 그리하여 내 마음까지 다다른 행복의 끈을 꼭 붙잡아 소중하게 품었다. 어디론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타인에게 기대하기 전에 우선 나한테 기대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 타인에게 할 것은 기대가 아니라 감사다.
p.135



매일 밤 이불 속에 들어가 하루를 돌아보며 그날 느꼈던 네 가지 행복을 하나하나 다시 음미해본단다. 그러면 잠도 잘 와.
p.316



인생, 누가 뭐라 해도, 좋은 기분.

좋은 기분의 ‘재료’는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그걸 열심히 주워 모아 차분히 음미한다. 행복이란 결국 그런 거라고 소중한 친구가 가르쳐 주었다.
p.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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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맨 이스케이프 Escape 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최필원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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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스릴러 작가 ‘로버트 크레이스Robert Crais’가 창조한 막강 캐릭터 ‘조 파이크Joe Pike’를 앞세운 첫 번째 작품은 [워치맨 Watchman]이다. 물론 오리지널 캐릭터인 탐정 ‘엘비스 콜Elvis Cole’의 친구로 등장했던 [L.A. 레퀴엠 L.A. Requiem]에서도 파이크의 존재감은 대단했지만, 극강의 카리스마를 충분히 보여주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에 반가운 주연 등극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벗지 않는 짙은 선글라스,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입을 열지 않는 절대적인 침묵, 강인한 어깨에 새겨진 빨간 화살표 문신. 그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이 강렬한 아우라를 발휘하고 있다. 한마디로 멋진 남성의 표상이다. 그러나 거친 외양과는 달리 누구보다 인간적인 온정을 지니고 있다는 점 또한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요소다. 어두운 선글라스 속에 숨어있는 파란 눈동자의 깊이에 매료되어버린 극소수의 사람들 틈에 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 조 파이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저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는 잘 어울리는 파트너이기는 해도 서로에 대한 존중 또한 확실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시너지가 도출되는 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과거 경찰 시절 존경했던 선임경관 버드 플린에게서 한 젊은 여자를 보호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조 파이크의 스릴 넘치는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의 상속녀 라킨 바클리가 한밤중 일으킨 교통사고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기에 킬러들이 그녀를 집요하게 노리는 것인지, 파이크의 경찰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법무부에서 제공한 안전가옥이 금세 습격당한다는 건 내부의 적이 있다는 이야기. 믿을 사람은 동료인 엘비스 콜밖에 없다. 라킨의 반항적인 면모를 보며 파이크는 어릴 적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자신의 아픔과도 같은 동질감을 느끼고,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열의를 불태운다. 경호원 노릇만으로는 끝이 나지 않는다. 원인을 직접 찾아서 근본적인 싹을 없애는 것만이 빠르고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 짓는 최선의 방법이다. 악은 응징해야 마땅한 것. 약자를 괴롭히는 놈들을 가장 증오하는 파이크에게 자비란 없다.


한편의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피드와 액션이 생생하게 폭발하는 작품이다. 조 파이크의 뒤만 쫓아다니면 안전이 보장될 것 같은 무한신뢰감이 생기는 가운데서도, 문제가 되는 돌발 상황이란 언제든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그리하여 결국 위기의 순간은 닥치고 말아 절체절명의 혈투가 벌어지는 결과를 맞이한다.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흡입력 강하게 진행되지만 사건의 동기나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다. 조의 압도적인 기량에 악의 무리는 들러리 정도의 역할밖에 못하고 밀려나버리는 설정도 맥이 빠지는 부분이다. 도대체 킬러가 왜 그리 많이 필요했던 걸까. 빈 건물에서는 무슨 일을 벌였던 것인가. 아버지와 딸의 어이없는 돌출행동들은 뭐란 말인가. 그렇긴 해도 역시 우리 시대가 원하는 영웅을 통해 통쾌한 기분을 안겨주었으니 충분히 보상은 받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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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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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재미와 감동 때문만이 아니라 그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 오히려 자꾸만 자꾸만 책장을 넘기라 한다. 덕분에 이틀간 잠을 설쳐가며 두꺼운 벽돌책 [베어타운 Beartown]의 끝을 향해 달렸다. 여담이지만 북유럽 사람들은 길고긴 장편을 좋아하나보다. 같은 스웨덴의 ‘스티그 라르손’이나 ‘요나스 요나손’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작품들도 그렇고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 작품도 기본 500페이지는 훌쩍 넘어가니 말이다. 눈 덮인 혹한의 겨울, 낮게 드리운 하늘,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환경의 영향이 여가시간을 집에서 느긋하게 보내도록 만들기 때문일까? 그런 북유럽 특유의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 이 소설은 숲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도시 베어타운을 무대로 인간 공동체가 빚어내는 빛과 어둠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전작 [브릿마리 여기 있다]가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베어타운]은 아이스하키에 목숨 건 사람들의 이야기다. 스포츠는 사람들을 똘똘 뭉치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분열을 일으키게 되면 대대적인 싸움으로 번지는 부작용이 따른다. 물론 이 작품은 역경을 헤치고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해서 마침내 성공한다는 줄거리의 스포츠 성장소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을 그 어떤 스포츠소설 못지않게 열정적이고도 짜릿하게 묘사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경기 규칙 또한 잘 모른다. 아이스하키란 스케이트를 타고 아이스링크를 누비고 다니며 스틱으로 퍽이라는 까만 공을 골대에 넣는 스포츠라는 정도밖에 지식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또다시 ‘브릿마리’가 되어 이번에는 베어타운의 아이스링크 관람석으로 날아가 열광하는 사람들 틈에서 함께 흥분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 황홀한 즐거움이 지속되면 좋으련만 손에 땀을 쥐는 뜨거운 시간은 그만큼 빨리 식어버린다는 것이 함정이다.


점점 쇠락하고 있는 소도시 베어타운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현재에 이르러서도 마을의 부흥을 하키에 걸고 있다. 극적으로 전국 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이 우승한다면 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염원하는 어른들은 어린 선수들의 어깨에 묵직한 짐을 지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승전을 앞두고 승리를 자축하는 십대들의 파티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마을 공동체는 점점 들끓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이루는 사회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인걸까. 대를 이어 평생을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역민들을 주축으로 하는 아주 작은 마을임에도 베어타운 역시 돈으로 나누어지는 카스트 사회의 모습 그대로다. 실업, 차별, 여성비하, 성소수자, 폭력, 파벌 등 현대사회의 문제점 또한 고스란히 안고 있다. 돈과 권력에 빌붙는 비굴한 사람들, 힘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 거짓과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조리에 눈을 감는 사람들, 분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사람들, 정의와 대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그들이 벌이는 마녀사냥 속에서 몸부림치는 한 가족이 너무 안쓰러울 따름이다.


“네 아이가 열다섯 살이 되거든 나를 찾아와줘. 그때는 생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p.499


삶에는 자신이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는 한 절대 모를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성폭행이란 더욱이 까다로운 사건이다. 게다가 가해자가 지역 유지의 아들이자 천재적인 실력의 소유자라면 순식간에 피해자로 뒤바뀌고, 실제 피해자는 온갖 폭력과 비방을 감당해야 한다. 하물며 열다섯 살 소녀가 그런 엄청난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루아침에 심연으로 굴러 떨어졌음에도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는 아이, 그녀를 좋아하면서도 어렵게 얻어낸 팀이라는 안전한 소속감을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는 아이, 내면의 아픔을 외적인 고통으로 산화시키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는 아이, 옳다고 생각한 선택을 한 아이들이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정의가 해피엔딩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사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뭐란 말인가. 각자의 가치관과 처한 입장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마을 회생이라는 꿈을 무너뜨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을 거라 믿고 싶다면 다음 편을 읽으라는 이야기일까? 분쟁의 불씨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탓에 마을의 미래가 순조롭게 전개될 리는 없겠지만, 그들 안에 깃들어 있던 곰이 눈을 떠 더욱 강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베어타운의 다음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을 기대하련다.



"이 마을은 옳고 그름을 잘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어. 그건 인정해. 하지만 선과 악은 제대로 구분하지."

뒤에서 말없이 건배하는 소리가 들린다. 베어타운 사람들은 고맙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 이 마을에도 한 번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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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 고양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추리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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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또다시 읽은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일본작가 ‘시바타 요시키’의 시리즈 소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지난 3권에 이어 거꾸로 올라가 2권을 읽었지만 이 시리즈는 그야말로 순서가 아무 상관이 없다.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아 잘 모르긴 해도 이런 영특한 고양이라면 키우는 재미가 꽤 있을 것 같다. ‘쇼타로正太郞’라는 멋진 이름에 걸맞은 지적이고 거만한 고양이를 주인 히토미는 쿠로, 타마, 쇼짱 등 귀여운 애칭을 내키는 대로 부른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데다 덜렁거리고 가난할지라도 동거인이 자신에게 듬뿍 쏟는 애정만큼은 인정하고 있기에 쇼타로도 그다지 큰 불만은 없다. 오히려 수수께끼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미스터리 작가와 지내다보면 이런저런 모험도 할 수 있어 재미와 보람도 있다.

이 시리즈는 몇 가지 사건을 소재로 하는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 편마다 화자가 바뀌는데, 아무래도 주연인 만큼 고양이 쇼타로가 친구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훨씬 흥미롭다. 2권 [고양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추리한다.]에는 아파트에 출몰하는 수상한 남자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룬 ‘쇼타로와 수다쟁이의 모험’, 향긋한 복숭아로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 ‘고양이와 복숭아’, 물건들의 머리 부분만 훼손되는 기이한 사건 ‘쇼타로와 목 없는 인형의 모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남녀의 로맨스 ‘나이트 스위츠’, 22세기 미래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우주 밀실 살인사건 ‘쇼타로와 차가운 방정식(번외편)’,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내는 히토미와 쇼타로의 아주 짧은 에피소드 ‘현명한 사람의 선물’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정말 이상한 고양이다. 아무리 추리작가가 기르는 고양이라고 해도 수수께끼를 너무 좋아한다. 세상에 이런 고양이는 없을 것이다...... 아니, 있군. 홈스라거나 코코라는 이름을 지닌 고양이. 뭐 그건 어쨌든 됐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말이야, 쇼타로.
오늘 밤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너랑 단둘이 있어서, 그게 너무 기뻐.
p.252/p.255


*릴리언 잭슨 브라운 <거꾸로 읽을 수 있는 고양이>; ‘코코’라는 이름의 샴 고양이가 등장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홈즈’라는 이름의 얼룩고양이가 사건의 힌트를 준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에피소드로 끝나는 2권의 수록작은 많은 친구들이 등장해 서로 힘을 모아 범죄 사건을 밝혀내는 첫 번째 편이 가장 재미있었고 번외편은 너무 지루했다. 복숭아 이야기는 시시했지만 토끼파이의 맛이 궁금해지는 나이트 스위츠는 로맨틱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3권이 더 재미있었지만, 각 편을 따로 떼어보자면 ‘쇼타로와 수다쟁이의 모험’이 단연 최고다. 검은 수고양이 쇼타로, 흰색 페르시아 고양이 첼시, 느긋한 동네 고양이 긴타, 스코치테리어견 다마사부로, 커다란 아키타견 초초. 그들이 빚어내는 한바탕 소동에 주인들은 엉겁결에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로, 단편임에도 잘 짜인 구성과 각각의 캐릭터가 맡은 활약상이 빛난다. 시리즈의 다른 권도 또 읽겠냐고 묻는다면 ‘물론’이라고 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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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별꽃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4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 지음, 남정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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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에 발표된 소설 [빨강 별꽃]. 백년도 더 지난 작품임에도 역시 불멸의 역작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존스턴 매컬리의 <쾌걸 조로(The Mark of Zorro)>도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걸보면 신출귀몰하는 히어로의 모험담은 이 소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정체를 숨기고 억울한 사람들을 돕는 정의의 사도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재임에 분명하다. 영웅을 원하고 영웅에 열광하는 심리는 보통 사람들의 로망이니까. 따라서 20세기의 대작가 ‘바로네스 엠마 오르치 남작부인(Baroness Emma Orczy)’이 그려낸 원조 슈퍼히어로 ‘스칼렛 핌퍼넬(Scarlet pimpernel)’이 지닌 매력은 시대를 뛰어넘는 것이다. 로맨스 서스펜스의 원조 같은 이 작품이 아직까지도 출간되고 있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배경은 프랑스 혁명 당시 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단두대 길로틴의 제물로 온 일가가 희생되던 혼란의 시대다. 잡히면 즉결재판으로 처형당하는 귀족들을 구출하기 위해 영국의 신사들이 도버해협을 건너 아수라장에 뛰어든다. 20명의 무리를 이끄는 수장은 ‘빨강 별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구출에 성공하면 반드시 작은 별모양의 꽃무늬가 그려진 통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누구도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한다는 신비함이 더해져, 더욱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그를 잡기 위해 프랑스 공화정부에서는 전권대사를 파견한다. 아름다운 여인과 대부호인 멋진 남자의 등장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 아슬아슬한 박진감에 빠질 수 없는 감미료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론 고전인데다 로맨스의 요소가 적지 않은 만큼 의외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런 뻔한 공식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읽히는 건 역시 작가의 필력과 플롯의 힘이라 하겠다.


어렸을 때 읽고 실로 오랜만에 다시 찾아든 ‘빨강 별꽃’은 당시 불러일으켰던 불길만큼 커다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 삭막해져버린 마음에 자그마한 불꽃을 피울 정도는 되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11권의 ‘스칼렛 핌퍼넬 시리즈’가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역시 등장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첫 번째 작품이 화제작으로 대성공을 이루는 경우 곧잘 찾아오는 비운을 극복해내기란 과연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원래는 소설보다 연극으로 발표된 이야기로 국내에서도 몇 년 전 뮤지컬로 공연했다고 한다. 더없이 로맨틱한 영웅 역할을 맡은 세 명의 배우 박건형, 박광현, 한지상, 누가 가장 어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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