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더 잘하는 영역을 빨리 찾아서 개발하고 싶었던 20대 시절에는 자기계발서를 많이 찾아 읽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동기 부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실패는 게으른 사람들의 결론이라는 듯한 비난을 교묘히 감춘채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종교화가 불편했다. 나이가 들면서 그 책은 그 사람 개인의 성공신화일 뿐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웠다.

일과 자아를 분리해서 생각하며, 연습과 훈련을 통해 스킬을 연마하고, 부캐를 만들어 멘탈관리를 하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납기에 맞춰 납품하는 것을 잘 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어린 시절에 겪은 마음고생을 덜 하지 않았을까. 이상이 커질수록 현실의 나는 쪼그라들었으며 차이를 실감할 수록 괴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적어도 자녀나 주변인이 겪는 좌절 앞에서 니가 망한게 아니라고 다독일 수 있는 어른이 되고싶다는 소망을 품는다.

표지에 그려진 계란이 책장을 덮고 나니 눈에 쏙 들어왔다. 이게 작가가 말한 alon & around구나. 나를 지키면서 함께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흐물거리는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고 원형을 지킬 수 있으려면 저 얇은 막을 지켜야한다. 부캐를 만들고 멘탈관리를 잘 하라는 말에 이중섭이 떠올랐다. 작업에 올인했다가 개인으로서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그의 생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

오늘도 자우림의 <팬이야>를 머릿속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본다. #빈둥거림아님주의 #탐색중

그래서 일에는 기대보다는 각오가 필요한 것입니다.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일에 자아 따위는 없습니다. 정해진 분량을 정해진 시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로 만들어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중간에 링을 떠나간 많은 이들은 각오는 하지 않고 기대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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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글쓰기는 어렵다. 그래도 가치독서가 있어서 짧은 리뷰라도 끄적이는게 현재의 유일한 글쓰기이다. 그렇지만 쓰고자하는 욕구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쓸것인지에 대해서는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만난 이 책의 문장들을 뇌를 찌르르하게 자극했다. 상처받은 용을 꺼내고, 가장 사소한 이야기를 쓰라는 포인트가 내겐 와닿았다. 밑바닥에 눌어붙은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 쓰는 것이라고 했다. 작법에 관한 책들보다 참신한 표현을 쓰고 있어 좋았고 동기부여가 된다. 어느 채널에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작가의 과업을 ‘쓰다‘라는 동사보다 더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말을 찾기는 어렵다. ‘쓰다‘라는 동사는 작가들이 따라야 할 궁극의 도이다. 결국 다소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진실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용기, 쓰고야 말겠다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자신의 글을 쓴다. 저를 드러내지 못하고, 진실을 감추는 자는 영원히 글을 쓸 수가 없다.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야말로 정말 써야 될 것이다. 정말 써야될 것은 가슴 밑바닥에 눌어붙어 있다. 그걸 끄집어내는 것, 이것이 내면에 숨은 자아를 만날 수 있는 통로이며 곧 무의식의 글쓰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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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은 육관대사의 빼어난 제자였다. 어느날 용왕이 권하는 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석교에서 여덟 선녀와 수작한 것을 계기로 연화도량에서 쫓겨난다. 그는 양처사의 아들로 다시 태어난다. 그가 10살이 되었을 때 양처사는 백룡과 청학을 타고 천상으로 떠났다. 그래서 모친과 단 둘이 남게 되어 14~5살까지 의지하며 살았다. 그러다 서울에서 과거를 치르러 길을 나선다. 진채봉, 가춘운, 계섬월, 적경홍, 정경패, 심요연, 백능파, 난양공주(이소화) 8명의 여인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지은 글이라는 사실이다. 불제자였던 성진이 양소유로 환생해서 여덟명의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이야기라 이 부분이 가장 의아했다. 여성들의 활동이 제약이 있었고 한글소설이 핫한 엔터테인먼트였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만 이 시절의 사람들에게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통용되는 정서와 상식이 있었다고 짐작할 뿐이다.

김만중은 유복자로 태어났고 어머니는 평생을 수절하며 살았다고 한다. 인생무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했다는 의도는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 당나라를 배경으로한 이 소설은 조선시대 분위기보다 여성들이 자유롭고 진취적인 느낌인데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해설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승승장구 하다가 유배지에서 보낸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어머니를 위로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여겨진다. 그동안의 성취가 한낱 꿈이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본격적인 장편소설의 시작이라는 이 책과 비슷한 서사를 보이는 책들이 이후에도 계속 출간된 것을 보면 그 시절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은 자명해보인다. 그런데 재미로 읽기에는 많이 아쉬운게 사실이다. 생각해보니 국어책에 수록된 글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학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글들 위주였으니 그럴 수밖에. 원전을 읽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고딩들 퐈이야~~~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비록 산중에 있어도 도를 이루기 어렵고, 근본을 잊지 아니하면 속세에 있어도 돌아올 길이 있는지라. 네 만일 오고자 하면 내 손수 데려올 것이니 의심 말고 행할지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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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은 타이타닉호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상속녀가 되어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삶을 살았다. 우선 로렌스 베일과의 결혼을 하면서 지식인들과 교류했다. 후에 존 홈스와 결혼하면서 현대 미술에 관한 지식을 습득했다. 친구였던 마르셀 뒤샹에게 많은 도움과 충고를 구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했다. 그러던 중 런던에 구겐하임 죈 화랑을 열어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며 작품 수집과 미술가를 후원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다. 이후 뉴욕에서 금세기 미술 화랑을 열게 된다.

그녀의 생애를 보면 주변인들을 잘 만난 덕분에 심미안을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에게 일대일 교육을 받을수 있었던건 행운이었다. 화랑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재력뿐 아니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 콕토, 칸딘스키, 잭슨 폴록 등의 아티스트가 그녀의 손을 거쳤다니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과 히틀러의 등장과 낡은 관습으로 인한 위기들을 헤쳐나가며 자신의 소신을 지킨 모습이 멋지다. 현대미술과 남성편력 두 가지 키워드가 보였던 자서전이었다. 다른 책에서는 다른 매력을 또 만나보기를 바란다.

그 작품의 구입은 내가 미술품 수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전시회마다 하나씩 작품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내가 작품을 하나도 팔지 못했을 경우 화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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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롱뽀롱 뽀로로 가방 스티커 놀이북 11 : 과일채소
키즈아이콘 편집부 엮음 / / 2021년 12월
평점 :


붙였다 뗏다 여러번 쓸 수 있어서 아이가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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