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은 육관대사의 빼어난 제자였다. 어느날 용왕이 권하는 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석교에서 여덟 선녀와 수작한 것을 계기로 연화도량에서 쫓겨난다. 그는 양처사의 아들로 다시 태어난다. 그가 10살이 되었을 때 양처사는 백룡과 청학을 타고 천상으로 떠났다. 그래서 모친과 단 둘이 남게 되어 14~5살까지 의지하며 살았다. 그러다 서울에서 과거를 치르러 길을 나선다. 진채봉, 가춘운, 계섬월, 적경홍, 정경패, 심요연, 백능파, 난양공주(이소화) 8명의 여인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지은 글이라는 사실이다. 불제자였던 성진이 양소유로 환생해서 여덟명의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이야기라 이 부분이 가장 의아했다. 여성들의 활동이 제약이 있었고 한글소설이 핫한 엔터테인먼트였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만 이 시절의 사람들에게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통용되는 정서와 상식이 있었다고 짐작할 뿐이다.
김만중은 유복자로 태어났고 어머니는 평생을 수절하며 살았다고 한다. 인생무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했다는 의도는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 당나라를 배경으로한 이 소설은 조선시대 분위기보다 여성들이 자유롭고 진취적인 느낌인데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해설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승승장구 하다가 유배지에서 보낸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어머니를 위로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여겨진다. 그동안의 성취가 한낱 꿈이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본격적인 장편소설의 시작이라는 이 책과 비슷한 서사를 보이는 책들이 이후에도 계속 출간된 것을 보면 그 시절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은 자명해보인다. 그런데 재미로 읽기에는 많이 아쉬운게 사실이다. 생각해보니 국어책에 수록된 글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학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글들 위주였으니 그럴 수밖에. 원전을 읽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고딩들 퐈이야~~~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비록 산중에 있어도 도를 이루기 어렵고, 근본을 잊지 아니하면 속세에 있어도 돌아올 길이 있는지라. 네 만일 오고자 하면 내 손수 데려올 것이니 의심 말고 행할지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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