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더 잘하는 영역을 빨리 찾아서 개발하고 싶었던 20대 시절에는 자기계발서를 많이 찾아 읽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동기 부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실패는 게으른 사람들의 결론이라는 듯한 비난을 교묘히 감춘채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종교화가 불편했다. 나이가 들면서 그 책은 그 사람 개인의 성공신화일 뿐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웠다.

일과 자아를 분리해서 생각하며, 연습과 훈련을 통해 스킬을 연마하고, 부캐를 만들어 멘탈관리를 하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납기에 맞춰 납품하는 것을 잘 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어린 시절에 겪은 마음고생을 덜 하지 않았을까. 이상이 커질수록 현실의 나는 쪼그라들었으며 차이를 실감할 수록 괴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적어도 자녀나 주변인이 겪는 좌절 앞에서 니가 망한게 아니라고 다독일 수 있는 어른이 되고싶다는 소망을 품는다.

표지에 그려진 계란이 책장을 덮고 나니 눈에 쏙 들어왔다. 이게 작가가 말한 alon & around구나. 나를 지키면서 함께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흐물거리는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고 원형을 지킬 수 있으려면 저 얇은 막을 지켜야한다. 부캐를 만들고 멘탈관리를 잘 하라는 말에 이중섭이 떠올랐다. 작업에 올인했다가 개인으로서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그의 생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

오늘도 자우림의 <팬이야>를 머릿속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본다. #빈둥거림아님주의 #탐색중

그래서 일에는 기대보다는 각오가 필요한 것입니다.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일에 자아 따위는 없습니다. 정해진 분량을 정해진 시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로 만들어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중간에 링을 떠나간 많은 이들은 각오는 하지 않고 기대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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