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누스

작품의 배경이 된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이 세계는 폭력으로 둘러싸여 있다. 믿을 수 없이 거대하고 위험한 이 세계 안에서 개인은 위태로운 삶을 이어나갈 뿐이다. 이러한 현실과 삶의 진실 앞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몰두하는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 누군가는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마그누스』는 그 질문에 대해 이 압도적으로 폭력적인 세상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켜내는 길은, 그곳에서 우리를 영영 잃어버리지 않는 길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는 것뿐이라고 대답하고 있는 듯하다. 이 소설은 폭압적인 세상과 무력한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화해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한 실비 제르맹의 답변, 혹은 또다른 질문이다.

 

 

심장에 가까운 말

이 시집에서 시인은 생의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포착해내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도시적 삶의 불우한 일상을 감성적인 언어로 면밀히 그려낸다. 체념과 절망뿐인 비참한 현실 속에서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의 슬픔을 연민의 손길로 다독이며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곱씹는 내밀한 성찰과 사유의 깊이가 돋보이는 시편들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현실의 모순을 끄집어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타자의 삶과 시대의 아픔까지 껴안으면서 “맨살로 죄와 병을 감내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시를 써”(김성규, 추천사)온 시인의 고뇌 또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12월 10일

◈ 추천의 말
 조지 손더스는 젊은 세대의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현대 미국소설에 유머 감각과 페이소스,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스타일을 불어넣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작가이다.
_2006년 맥아더펠로십 선정 심사위원평

 조지 손더스의 이야기들은 예술적인 동시에 심오하다. ‘어둡게 재미있는’ 그 이야기들은 독자를 우리 시대의 가장 어려운 질문들의 가장자리까지 이끌고 가 그 이면과 그 너머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유쾌하고 모험적이며 연민을 느끼게 하는 그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절대적 가치를 잃지 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2014년 제1회 폴리오문학상 선정 심사위원평


 

백 리를 기다리는 말

『백 리를 기다리는 말』은 봄날의 풍경에 집중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드러낸다. ‘백 리를 기다리는 말’, ‘독설’, ‘피크닉 트레일러’ 등 3부로 구성, 모두 60편의 시를 담은 이번 시집은 만개한 꽃이 낙화하는 봄날의 풍경을 극도로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거짓 같은 언어로 표현했다. 만물이 탄생하는 생명으로서의 봄이 아닌 절정을 지난 것들이 소멸하는 죽음으로서의 봄에 주목, 아름다운 봄날에 숨겨진 진실한 풍경을 특유의 묘사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풍경화와 추상화의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박해람 시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시집이다.


 

 

 

 

9일의 묘

『9일의 묘』는 암울하고 얼룩진 사건을 소설적 상상의 매개로 삼아, 인간이 진심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집요하게 묻는 장편소설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작가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린지 결론내리지 않는다. 누구도 말하지 못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슬픔의 역사를 담담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나갈 뿐이다.

 

 

 

 

 

 

 

 

십자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에는 추리문학 황금기에 대한 향수가 작품 전체에 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는 추리문학 황금기의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해 그들의 트릭을 다시 뒤집고 패러디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고전 추리물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유명한 패턴과 작가의 이름을 전면에 등장시켜, 어떻게 변주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심을 품게 만들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 이에 자극받은 수많은 작가들이 ‘신본격’을 지향하는 수많은 작품을 쏟아내면서, 일본 미스터리계는 바야흐로 신본격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반면 『십자관의 살인』에는 척박한 한국 추리문학의 현실이 배어 있다. 추리소설이라면 문학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문단, 한국 추리물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출판사, 한국 추리소설은 한 수 아래로 접고 보는 일군의 독자 등등. 간혹 추리소설연구회 회원의 냉소를 통해 스스로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 추리소설을 읽으면 좀 쪽 팔려요. 뭐랄까, 추리소설 역시 소설이잖아요. 그런데 소설이라는 사실을 놓친 ‘한국 추리’가 제법 있는 것 같아요.” 같은 대사가 그렇다.

작품 속에서 살을 깎듯 전하는 우리 추리소설에 대한 통렬한 자기비판과 추리소설 쓰기의 고단함, 그에 반해 추리소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놓칠 수 없는 작가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말한다. “추리소설은 순문학이냐, 대중문학이냐를 가름하는 잣대가 아니라 가장 극적으로 소설을 써내는 선진적인 소설 작법”이라고.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극적인 소설을 만들어냈다. 『십자관의 살인』은 신본격의 방아쇠를 당긴 『십각관의 살인』에 대한 한국 추리소설가의 21세기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모던 아트 쿡북

《모던 아트 쿡북》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예술 작품 콜렉션이 아니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예술가들이 실제 즐겨 먹은 음식의 레시피를 공유해 실제로 우리가 재현해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세잔이 너무 좋아해서 요리사를 시켜서 작업에 갈 때마다 도시락으로 싸 갔다는 요리나 피카소가 가장 사랑했다는 에피타이저, 데이비드 호크니가 만들어 먹었던 딸기 케이크, 고흐만의 독특한 양파 조림… 책에는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궁금해질 만한 요리들의 레시피가 독자들의 도전 정신을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화가와 시인들이 즐겨 요리한 조리법을 찾기 위해 이미 출간된 책은 물론, 출간되지 않은 그들의 일기나 편지 등 방대하게 자료를 조사했다. 덕분에 ‘음식’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과 요리 레시피가 결합된 특별한 책이 탄생했다. 식탁 위 즐거운 대화는 요리를 더 맛있게 느끼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모던 아트 쿡북》은 예술가들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통해 풍성하고 즐거운 식사 시간을 만들어줄 만한 책이다.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디자인 분야를 파고들며 그 현실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지만 결과물은 이를 넘어선다. 무엇보다도 역자가 후기에서 제안한 것처럼 이 책은 여러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때로는 디자인 개론서로, 실용서로, 배움이나 디자인 윤리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로, 혹은 하나의 작품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어느 방식을 취하든 높은 이상과 번잡한 현실, 원대한 주장과 실질적 조언을 (말 그대로 문장 단위로 오가며) 독특하게 결합한 이 책은 “나이를 불문하고 자기 분야를 새로이 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직업적 소명을 열렬히 설명하고 현대 운동의 핵심을 낱낱이 드러내는 목소리를 생생히 들려줄 것이다. 학생과 선생에게는 지은이가 몸소 경험한 논쟁을 풍성히 전해줄 것이다. 교육자의 성실함과 목수의 눈썰미, 디자이너의 상상력, 시인의 목소리가 두루 깃든, 그야말로 “구명대처럼 단단히 붙잡아야 하는 책이다.”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

오늘날의 타이포그래피 안내서
 이 책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는 타이포그래피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작업과 함께 타이포그래피가 텍스트와 어우러지는지 파헤친다.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교과서는 대부분 가장 먼저 활자와 레터링에 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활자의 역사를 살펴본 뒤 오늘날의 상황을 짚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의 출발점은 인쇄물과 화면의 타이포그래피다. 그 뒤에는 글자체와 이미지, 장식, 레이아웃, 색 등 타이포그래피를 구성하는 요소를 살펴본다. 역사적 보기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글자체 디자인과 인쇄 기술에 관한 약사(略史)는 이 책의 중심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긴 부록이다.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의 논지는 현대 디자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며, 무엇보다 실질적이고 기능적이다. 글자체를 디자인하는 기술에 대해 그 어느 책보다 깊게 파고들고, 폰트를 사용할 때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 책의 지은이 얀 미덴도르프는 세계적 폰트 회사 폰트숍(FontShop), 폰트폰트(FontFont) 등에서 작가, 편집자, 컨설턴트 등으로 일했으며,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쳐왔다.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그의 첫 책 『한 줄의 활자』에 이어 그의 폭넓은 경험을 반영한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는 요컨대 타이포그래피의 내용과 형식에 관한 현대적 이론과 실제가 어우러진 ‘오늘날의 타이포그래피 안내서’라 부를 만하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신종 인플루엔자, SARS(사스), 에볼라 출혈열, 에이즈, 간염…. 우리 귀에 익숙한 질병들이다. 사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에게 질병은 가장 큰 적이다. 그만큼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더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질병이 자신의 몸을 갑자기 습격한다면 그 두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위에서 말한 질병들은 모두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해당 바이러스의 정체가 인간에게 알려진 것은 길어야 수십 년 안쪽이다. 물론 바이러스 자체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인간이 오랫동안 그 정체를 몰랐거나, 그중 일부는 스스로 변이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로 바뀌었다. 그들 바이러스가 이제 인간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란 과연 무엇일까? 생명체인가 아닌가? 세균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왜 인간이 알고 있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질병을 일으킬까? 신종 바이러스는 ‘보통’ 바이러스와 무엇이 다를까? 이러한 질문에 우리는 얼마나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가? 또 바이러스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감염증에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 <바이러스와 감염증> 은 이러한 모든 의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과학과 인문학

몸과 정신은 하나인가, 둘인가?
우리는 몸과 정신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생각하는 이분법에 익숙하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할수록 이러한 이분법으로는 결국 세상을 온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물의 이치를 탐구해온 자연과학과 인간의 정신을 연구해온 인문학은 궁극적으로는 한곳에서 만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바야흐로 지금은 인문학이 바로 그 자연과학의 기반 위에서 새롭게 탄생해야 할 때이다. 이 책은 웅숭깊은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인지과학은 철학, 심리학, 인공지능, 신경과학, 언어학, 인류학, 문학 등을 아우르는 일종의 융합 학문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인지과학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종래의 정신적 이원론에 함몰된 인문학을 사려 깊게 비판한다.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 전반에 관해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논증을 하면서 매우 날카롭고 설득력 있는 협력 방안을 제시한다.
슬링거랜드는 자연과학과 인지과학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인문학자들에 새로운 관심을 촉구한다. 문화를 연구할 때 객관주의 접근법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일관성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인문학이 인간 정신에 관해 이룩한 통찰들이 인지과학과 인간 정신 연구에 있어서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여 인문학자들에게 인지과학자와 자연과학자들과 함께 공동 연구가 가능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소 생태도감

하늘소에 대한 열정 하나로 젊은 곤충쟁이들이 모여 큰일을 해냈다! 故 이승모 선생의 1987년 『한반도 하늘소과 갑충지』 출간 이후 30년 만에 한국산 하늘소의 목록을 다시 정리하고 표본을 확인하여 『하늘소 생태도감』을 출간하게 되었다. 전국의 산과 들, 백두산과 중국 옌볜까지 달려가 한반도에 서식하는 하늘소 357종을 『하늘소 생태도감』에 담아냈다. 하늘소의 생태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현장 사진, 정성스레 만들고 촬영한 표본 사진, 그리고 전체 종의 원기재문 기록과 문헌을 일일이 확인하고 현장에서 직접 조사한 정보를 더한 생생한 설명까지 전문 연구자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20대 젊은이 세 명이 해낸 것이다. 357종에는 지은이들이 국내 분포를 처음 밝힌 9종과 국명을 새로 붙인 41종이 포함되어 있다. 하늘소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은 물론 곤충 연구자와 농업·임업 종사자 모두에게 『하늘소 생태도감』은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출간한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은 한국의 실천적 학계를 대표하는 김동춘, 천정환, 진태원, 노명우, 권명아를 비롯한 열세 명의 인문사회학자가 세월호 참사가 불러온 인문사회학적 충격과 한국사회를 성찰한 책이다. 지은이 모두는 홍세화가 「여는 글」에서 쓴 바대로, 416 이후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인간에 대해 묻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제에 관해 답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출간된 민변의 기록, 유가족의 기록, 법정 기록에 학자들의 글을 더하는 것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실현이자, 커다란 질문 앞에서 고뇌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유의 장을 열어가고자 하는 학자들의 숙연한 의지이다. 지은이들은 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목격자이자 살아남은 자들로서 이 책에 참여했다. 따라서 이 책은 학자적 양심과 지식인의 날카로운 분석을 담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다 쓰지 못한 목격의 기록과 살아남은 자의 말을 담고 있기도 하며, 그러하기에 서로의 글은 중복되고 교차하면서도 상보적이며 논쟁적이다.


문화가 중요하다

이 책을 공동 편집한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통해 세계를 7개의 문명권으로 나누고 앞으로 이들간의 이합집산이 세계적인 갈등과 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문제적 발언을 했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 책은 세계의 패권 다툼을 이데올로기가 아닌 문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논쟁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문화가 중요하다≫는 이런 점에서 ≪문명의 충돌≫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다양한 비판적 해석을 불러온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정치나 이데올로기 같은 기존의 낡은 인식의 틀을 넘어 문명이나 문화적 요소를 미래 가치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은 문명의 하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를 통해, 그 문화의 속성을 이해하고 개선함으로써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의 확대, 젠더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화의 차이가 빈부격차를 만들고 진보와 발전의 형태를 결정짓는다는 주장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이론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다양한 논쟁의 지점을 함께 다룸으로써 시각의 균형을 잡아간다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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