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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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를 처음 본 것이 작년말이었고, "이 책 아깝다(정확한 제목은 모르겠고)"에서 다시 만난 것이 얼마전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읽기 시작했다. 엄청난 사건의 진실을 보려는 욕망...보다는 인생의 결정적인 사건을 그들의 눈으로 홈쳐보려는 욕망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압도당했다.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은 어느 모양이건, 어느 처지이건 위대하다는 말이다. 사람들 모두가 고귀하지만 장엄하거나 어마어마한 모습이 들어있진 않았다. 다만 그래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진실이고 소중한 인생들이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혹시 구사일생의 경험이 없더라도 모두 귀중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독가스를 맡고 쓰러지는 말도 안되는 상황,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걸어나온 지하철역 앞에서 쓰러져 있는, 나도 눈앞이 어둡고 어지러웠지만,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던 사람들이 많았다! 뇌의 논리적인 판단보다 무의식적인 행동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판단을 흐리게 한 독가스의 부작용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휠체어를 타고도 산책이 가능한 산길을 만들었다는 뉴스가 나온지 얼마뒤, 서울 물난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날, 서울한복판에서 산사태가 일어난 날, 사무실에 출근하니 이곳은 또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맞은 편 회사도. 대단한 사회인들이라고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더 무서웠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왜 피해자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는지는 뒷부분에 저자의 이야기로 나온다. 정상과 비정상, 광기로 구분지어 사건을 내보내고,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정상의 영역에서 편안하게 감상한 것 아닌지 물었다. 이년 뒤에 일본 사회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궁금(의심)했기 때문에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렇다, 정확한 진단이었다면 2년뒤 사회는 바뀌었어야하지 않나? 가해자의 얘기들도 잠시 나온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얘기를 전해준다. 범행전 이것은 아닌 것 같다고도 생각했지만, 그냥(?) 실행하게 되었다는 얘기들. 익숙한 얘긴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에 (나도) 따라 했을 뿐입니다.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누가 집단광기(광기가 무섭다면 도그마라고 하자)에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까? 정말 최후의 보루 양심에 맡길 일인가? 민주적인 법과 제도로 양심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상식의 프레임(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면 그것은 독가스입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 아닌가!)으로 생활하는 우리가 독가스(!)라는 사건을 당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무엇으로 판단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움직이는지 말초적으로 궁금했다. 이야기는 독가스 피해자를 넘어서 사회를 거쳐서 나에게 질문한다. 양심에만 맡길 겁니까? 그리고 궁금해졌다. 이지문 중위는 잘 살고 있는지. 김용철 변호사는 잘 살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 누군가 독가스를 만들고 있는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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