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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생각한다 - 경제와 사회의 논리에서 우주의 비밀까지
코지마 히로유키 지음, 박지현 옮김, 박경미 감수 / 동아시아 / 2008년 5월
평점 :
나 고등학교에서 수학은 1등급이었다.
하지만 가르치는 재주는 없어서, 문제만 잘 푸는 학생이었다.
이제 알고보니, 나의 설명불가 실력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학교 다닐때 공부했던 산수의 기초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수' 또는 올백에 만족해 곱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부실해진 수학의 기초때문이었다. 문제는 풀고 해답은 맞추지만, 설명은 잘 못하는 수준. 그래서 학교에선 1등급이지만, 전국 등수로는 언감생신인 동네 수학선수 였다.
그런 수학실력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지 않지만, '수학적 마인드로 세상을 주시'한다는 저자의 입장은 너무나 멋지고, 훌륭하다. 과학적 사고(수학적 마인드란 누적적으로 진보하는 과학적 검증과 방법론과 동일하기 때문에)는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유언비어를 잡겠다는 천한(!) 원시인들과는 다른 격조있는 현대인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수학실력이 인생에 큰 도움이 안된것이 아니라, 수학실력이 부족해 도움을 조금 밖에 받지 못했다는 말이 옳겠다. (수학실력이란 시험 성적이 아니고, 수학적 마인드입니다. 수학적 마인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책을 보셔야 합니다. 얘기가 돌고 도는 짧은 수학적 마인드 같으니!!)
양극화의 원인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정말 흥미롭다.
<폴 크루그먼의 자기 조직의 경제>중에서 셸링의 인종구분(거주) 수학이론 인종의 구분 거주는 주민의 인종에 관한 집착이 그리 강한 게 아니더라도, 즉 심각한 호불호나 배척, 증오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인종이 거의 두 지역에 나뉘어 살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p210)
엔트로피로 설명하면, 인간사회는 무작위화가 아니고, 일종의 질서를 만드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여기서 사회의 질서화(엔트로피의 감소)가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이다. 우리나라 강남 8학군 얘기와 동일하다!!!
> 도쿄대 합격생 부모의 평균 연봉(1000만엔)은 국민소득의 약 2배라고 한다.
> 상위권 대학생 부모의 소득 또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한다.
저자는 소득과 자녀성적의 비례관계를 엔트로피 측면에서 분석했다.
즉, 1단계 명문 사립교육 서비스에 대한 학부모의 초창기 수요
2단계 '자기 조직화'를 통해 사립학교의 우월함, 공립학교의 하락을 불러오고,
3단계 사립학교에만 존재하는 '정보와 네트워크 (선후배, 학부모를 통한 정보망)'를 통해 자기조직화(엔트로피 감소)
4단계 사립학교 졸업생의 상위권 대학 점유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엔트로피, 자기조직화를 통한 양극화 진단이 치료법(지향하던 지양하던)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구조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이 있다. 이런 놀라운 수학적 마인드 정말 멋집니다.
일본의 경기침체 원인에 대한 분석(p177)과 더불어 가장 재미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뫼비우스의 반전공식과 협력게임은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