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소설전집 1 - 생명연습 외 김승옥 소설전집 5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 다닐 때 김승옥씨...라고 해야하나? 김승옥 선생님이라고 하자. 하여튼 그 분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다들 아는지 모르겠지만 김승옥 선생님은 소설가로서도 유명하지만 한국영화사에 몇 안되는 전문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수업에 시나리오를 가르치러 왔었고 솔직히 말해서 수업 엄청 재미없었다. 기독교식의 꽉 막힌 세계관을 가지고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를 하는 그 양반... 정말이지 지겨웠었다.

그런데 다들 나처럼 그 수업을 지겨워하면서도 희한하게 수업시간엔 꼭 들어가는 것이다. 나 참... 왜들 배신을 때리는겨? 물으면 그들은 '김승옥'이니까라고 대답했다. 생명연습도 안읽어봤니? 우씨, 나도 자존심이 있지 그들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쫀심 상해서라도 나는 끝까지 안읽고 만다. 곱게 양복 차려입고 넥타이까지 매시고 춘천인가 꽤 먼곳에서 우리를 가르치러 와주셨던 김승옥 선생님... 그 분과의 한학기는 그렇게 곱게 끝났다. 학점은? 기억이 안나는 걸 보아 보나 안보나 b 아님 c 였겠지?

그리고 나는 세월이 한참 지난 후 불현듯 생각이 났다. 아, 그 양반.... 결국 '자존심' 안 내세워도 될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보고 말았다. 가슴이 쿵 내려앉고 쨍하게 정신을 일으켜세우는 그의 60년대를 말이다. 아,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이게 그 교회 목사님처럼 넥타이 단정하게 매던 노인네의 청춘이란 말인가... 나는 울고 말았다.

그의 문장들은 맑고 선명하며 섬세하다. 그리고 시니컬한 듯 통찰력있게 후려치는 카리스마는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이 소설들이 수십년 전에 이미 씌여진 것이라는 것을 절대 느낄 수 없게 하는 그 세련된 언어와 삶에 대한 비수같은 통찰력들에 뒤늦게 찬사를 보낸다.

아, 정말이지 나는 바보같았다. 대작가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가르쳐달라고 애원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ㅠㅠ 후회해봐야 무엇하겠나. 그저 내 수중에 있는 그의 글을 되씹고 그의 시대를 되돌이켜 사랑하며 그의 청춘의 눈으로 나와 내 시대를 바라보는 연습을 할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