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 - 악의 역사 1, 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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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악(惡)'은 개념화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악(惡)'을 개념화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자유'를 개념화하기 어려운 것과도 같다. 일례로 원시부족에서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행위이지만 그들 부족에게는 더없이 신성하며 '선(善)' 행위이다. 이처럼 '악(惡)'은 개념화하거나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악(惡)'은 사람들이 인식하는대로 존재하며 일관되지 않다. 모는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것들처럼 '악(惡)'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정의도 개념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이며 즉각적, 실존적으로 '악(惡)'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데블>에서 악의 역사를 살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데블>에서는 이런 '악(惡)'을 고대사회부터 원시기독교시대까지(전 4권중 첫번째 권이다) '악(惡)'의 의인화부터 시작된다. 사실 '악(惡)'의 시작은 하나였다. 일원론적 차원에서 '선(善)'과 '악(惡)'은 하나였으며 고대의 신들은 두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파괴와 생명을 주는 칼리나 자웅동체(주로 선한 남성성과 악한 여성성을 가진다)의 예를 보아도 고대사회에서의 '악(惡)'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이 일원론적 선악관은 조로아스터교의 '절대선(신)'에 대한 완벽주의 덕분에 변화를 맞게 되었다. 사실 이는 종교의 활성화된 모습과 함께 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혼돈된 모습의 신보다 절대선의 신이 종교적인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것이었다.
이렇듯 이원론적 관점에서는 '선(善)'에 대한 '악(惡)'의 모습은 여러가지로 나타나게 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이원론은 영혼(선)과 육체(악)로 분리했으며, 일반적으로는 선에 대립하는 악의 존재를 만들게 되었다. 이는 유대교, 기독교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악(惡)'은 고대의 신의 다른 모습에서 점차 독립적인 개념, 즉 악마의 모습으로 구체화되게 된다. 이렇게 구체화되고 형상화된 '악(惡)'은 개념적인 부분을 뛰어넘어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전파되는 계기가 되었다.
악마는, 또는 '악(惡)'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구체화되고 이미지화-인간의 모습을 한 흉칙한 외형, 뿔, 박쥐형태의 날개 등-된 '악(惡)'의 모습이지만 우리 주위의 '악(惡)'의 모습은 여전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이미지화된 악은 사실 우리 도처에 있다. 흉칙한 '악(惡)'의 모습은 영상, 게임, 문학 등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악(惡)'은 우리 모습의 또 다른 면이 아닌가 한다. 인간이 절대선의 모습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악(惡)'의 모습은 떨쳐내어야 하겠다. 모든 의미가 왜곡되고 변형되어 '악(惡)'한 모습도 멋지게 포장하는 요즈음이라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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