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1 - 마법사 하울의 비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문학수첩 리틀북) 1
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해피엔딩.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행복한 결말이다. 그것도 모든 연인들이 제 짝을 찾는 사랑의 흐뭇한 결말. 제멋대로이지만 속 깊은 꽃미남 마법사 하울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황야의 마녀가 내린 저주로 한순간에 할머니가 되고도 절망 없이 억척스러움을 보여주는 소피의 담대함, 문손잡이의 색깔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마법의 움직이는 성, 투덜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만 한 별똥 캘시퍼……, 이런 기발한 상상력들이 안겨주는 유쾌함을 모두 제쳐두고, 엉뚱하게 ‘해피엔딩’을 이 소설의 장점으로 강조하는 것은 행복한 결말로 이끌기 위한 저자의 강한 의지가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솟구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나서 뭔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기도 전에 발 빠르게 그를 등에 업고 짠 하고 서점에 얼굴을 들이민 소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사실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좋은 책보다는 상업성에 편승한 책은 눈살부터 찌푸리게 만든다. 정직하게 속살까지 드러내는 책이 좋다. 잠시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어쨌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하게 보여주는 반전 메시지가 참 뜬금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왠지 물과 기름처럼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와 따로국밥인 것 같았다. 이야기의 줄거리 자체도 뚝뚝 잘라먹은 흔적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원작이 있으니, 비워진 곳을 어디 한번 기워볼까, 그런 마음이었다.

소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모두 읽고 나서 나는 많이 반성했다. 출판사의 생리에 맞춤하게 포장되어 나왔다고 눈 흘기던 내가 그 포장에 그만 눈멀어버렸던 것이다. 소설로서의 진가를, 그 순수한 즐거움을 잊고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애니메이션을 기워보자던 앙큼한 생각을 깨끗이 지워버려야 했다. 나는 작가의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의 눈에 읽히면 그 작품은 온전히 독자의 것이라고 믿는 오만한 독자이다. 원작 소설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지만 다이애나 윈 존스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전혀 다르다. 별개의 독립적인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이애나 윈 존스의 소설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 있는 구멍을 완전히 메울 수는 없었다.

다이애나 윈 존스는 깜짝 놀랄 만한 상상력의 마법 공간을 환상적으로 펼쳐 보이는 내내 가벼운 깃털 같은 발랄함과 즐거움으로 나를 들뜨게 하더니, 결국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결말 속으로 풍덩 밀어버렸다. 소설의 결말 부분에 급진전된 하울과 소피의 관계, 레티와 설리먼의 관계, 마사와 마이클의 관계, 그리고 그동안의 종잡을 수 없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하울의 조근조근한 변명은 갑작스러운 비약이라 하더라도 저자의 흐뭇한 의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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