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사랑한 미술 - 마이 러브 아트 2
김정혜 지음 / 아트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옷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그림을 볼 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그림의 미학이나 가치와 상관없이 그림 속 아름다운 여인들의 옷을 구경하는 것은 화려한 드레스로 가득 찬 오래된 옷장을 열어볼 때처럼 설렌다. 이것이 내가 처음 그림을 좋아하게 된 이유였다. 나는 관음증 환자처럼 아름다운 여인들을 찾아 그림의 숲을 헤맸다.

언젠가 가정 시간에 서양 의복의 역사를 공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각 시대를 풍미했던 옷들의 특징을 열심히 외웠는데,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그림 중에는 그런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그림도 많았다. 은연중에 나는 이 책의 제목에 ‘패션’과 ‘미술’이 들어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보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들로 서양 의복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싶어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착각이었던 것이다.

『패션이 사랑한 미술』은 현대미술과 현대의 주도적인 패션 디자이너를 엮어놓은 책으로 미술과 패션이라는 다른 매체를 이용해서 같은 세계를 꿈꾸는 화가와 패션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처음부터 엉뚱한 기대를 했기 때문에, 혹은 현대미술의 난해함, 현대 패션의 지나친 개방성과 자유로운 코드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지은이의 해설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런 나의 문제를 완전히 배제한다면 이 책은 『패션이 사랑한 미술』이라는 제목에 충실하다.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도 ‘패션’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혹은 ‘현대미술’을 통해 일명 ‘예술 패션’을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성들의 패션에 대해서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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