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팩션(faction) 붐을 일으키면서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다빈치 코드》는 시온이라는 비밀단체가 은밀히 지켜온 성배를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 댄 브라운이 선택한 방법은 이른바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합성을 일컫는 팩션이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소설에 나오는 예술작품과 건물, 자료, 비밀 종교의식 들에 대한 모든 묘사는 정확한 것이다.”라고 사실을 명백히 전제함으로써 시온 수도회나 오푸스 데이, 성배의 정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들에 대한 기호학적 해석 등등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 신빙성은 시종일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그것은 소설가로서 댄 브라운이 의도한 바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신빙성이 진실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빈치 코드》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는데, 소설은 본질적으로 허구이다. 그 허구를 통해서 진실된 가치를 지향할 뿐이다. 소설이 역사서가 아닌 다음에야 사실과 허구를 가려낸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팩션에서 그동안 몰랐던 지식을 어설프게 얻기를 바라지 않고 소설적 재미만 기대한다면, 《다빈치 코드》는 더없이 잘 만들어진 대중상품이다. 아더왕의 전설에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툼 레이더’ 등에 이르기까지, ‘성배’는 신이 아닌 인간의 호기심과 경외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모티프이다. 그러나 성배의 존재 유무에서부터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성배가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열두 제자에게 포도주를 돌린 신성한 잔을 일컫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빈치 코드》에서는 이 성배가 예수와 결혼했다는 신성한 여성 마리아 막달레나와 그 후손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문서로 탈바꿈한다. 아니, 그렇게 탈바꿈할 뻔했다. 내가 왜 ‘뻔했다’라고 표현을 바꿨는지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 것이다. 사실 댄 브라운으로서도 ‘성배는 이것이다’라고 명확하게 제시하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성배가 예수의 신성을 해치고 교회를 붕괴시킬 위험한 물건이라는 판단이 성배를 감추게도 하고 그것을 쫓게도 하면서 이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그런 종교적 논란은 현실에서도 일부 있었다. (사실 나는 마리아 막달레나와의 결혼이 어째서 예수의 신성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부활 이전의 예수는 분명 인간이었지 않은가.)

그러나 이 책은 종교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소설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다. 팩션에서 지식으로서의 ‘사실’을 가려내려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종교적 코드를 객관화시키고 재미만을 추구한다면, 누구나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문학성 같은 어설픈 잣대도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문학성을 추구한 작품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저 어느 따분한 하루, 좀처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이 책을 손에 들어도 손해 볼 것은 없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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