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목소리 - 단편
신카이 마코토.사하라 미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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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별의 목소리》는 아주 유명한 애니메이션이었다. ‘신카이 마코토’라는 일본의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의 일인 작품으로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인 《별의 목소리》를 사하라 미즈가 더욱더 서정적인 만화로 훌륭히 재현해 냈다.

2046년, 지구.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에 있는 노보루의 휴대 단말기로 메일이 날아든다. 나가미네가 그리움과 함께 외로운 마음을 노보루에게 띄우는 메일이다. 노보루와 나가미네는 그저 평범한 중학생들에 불과했지만, 나가미네가 우주 생명체의 흔적을 쫓는 우주 탐사대에 선발되면서 그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같은 세계에서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못하는 어린 연인들을 잇고 있는 것은 메일뿐이다. 그것도 나가미네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메일이 도착하는 기간은 더욱더 길어진다. 며칠, 몇 달, 8년 7개월.

머나먼 우주에 있는 나가미네는 외롭고 그리워서 끝까지 노보루를 기억에서 놓지 않으려 했지만, 지구에 있는 노보루는 그립고 외로워서 나가미네를 기억에서 놓으려 한다. 여전히 16살 풋풋한 나가미네를 두고 노보루는 25살의 어른으로 화살보다 빠른 지구의 시간을 견딘다. 노보루의 시간과 공간에서 점점 멀어지는 나가미네의 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만큼 나가미네의 시간과 공가에서 점점 멀어지는 노보루의 그리움과 외로움도 지독했을 것이다. 아마도 노보루와 나가미네는 서로의 존재 때문에 더욱 외로워하고 또한 더욱 그리워했을 것이다.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시간의 끝은 8년 7개월 전에 나가미네가 노보루에게 보낸 메일이다. “있잖아, 노보루… 우리 우주와 지상으로 갈라진 연인 같다.” 이제 노보루가 긴 외로움과 그리움을 끝내고 나가미네를 만나러 간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그동안 서로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라도…….

《별의 목소리》는 나가미네의 시공과 노보루의 시공을 번갈아 보여주지만, 무수한 별들을 사이에 둔 그들의 시공은 그들이 함께한 추억 안에서만큼은 하나로 합쳐진다. 《별의 목소리》를 읽는 내내, 나는 아주 외롭고 그리운 기분에 휩싸였다. 나와 시공이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다. 청상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짐작해 보려 했던 때가 있었다. 한 해, 두 해, 홀로 망자가 된 연인보다 더 오래 살아갈수록 사진 속의 파릇한 청춘의 연인은 위로가 되기보다 그리움도 삭이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게 할 것 같았다. 저세상과 이세상의 시공처럼 막막한 시공을 사이에 둔 노보루와 나가미네의 만남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나도 그만 외롭고 싶다. 나도 그만 그립고 싶다. 지금 노보루가 나가미네를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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