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동화
이탈로 칼비노 외 지음, 전대호 옮김 / 궁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2년 전에 《나무 동화》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동화’보다 동화 속에서 ‘나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보통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범상치 않은 나무들은 이른바 우주수(宇宙樹), 혹은 세계수(世界樹)의 역할을 한다. 소설 속의 모든 것, 소설 속에서 행해지는 등장인물의 모든 행위가 바로 소설적 상관물로서의 나무에 의해 조율되는 것이다. 즉 나무는 소설 속의 소우주를 형성한다. 이 개념은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위그드라실(Yggdrasil)에 기원한다.

북유럽신화의 주신(主神) 오딘이 심었다는 위그드라실은 거대한 물푸레나무로 우주를 뚫고 자랐다고 한다. 위그드라실의 거대한 뿌리는 신들의 나라, 거인의 나라, 인간의 나라에 뻗어 있어 위그드라실이 모든 세계를 관장할 수 있게 해준다. ‘신들의 황혼’이라고 불리는 라그나뢰크에 위그드라실은 불꽃의 거인이 던진 횃불에 화염에 휩싸이고 세계는 멸망한다. 이처럼 우주수, 혹은 세계수로서의 나무는 세계의 생사까지 모두 관장한다. 태초에 나무가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지각으로는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는 유구한 세월을 견뎌온 나무는 이미 신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끊임없이 신화적 상상력을 부추기는 나무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라니 이보다 더 굉장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기대감을 잔뜩 품었다. 전 세계(주로 서양이지만)의 구전동화뿐만 아니라 미셸 투르니에, 르 클레지오, 이탈로 칼비노,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 현대 작가들의 창작동화 속에서 ‘나무’가 어떤 우주로 탄생되었을지, 어떤 모습으로 변용되었을지 지켜보는 것은 신비로움에 휩싸이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무’라는 멋진 모티프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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