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이 사랑한 파리 - 파리에 매혹된 어느 화가의 그림현장 답사기
류승희 지음 / 아트북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파리’라고 하면 ‘역사와 문화, 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무슨 수학 공식처럼 툭 튀어나온다. 이제 파리의 낭만은 사실 식상할 정도로 많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화가들이 사랑한 파리’라면 다시 한 번 눈여겨볼 만하지 않을까? 이것은 내가 류승희의 《화가들이 사랑한 파리》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전혀 후회스럽지 않았다.

화가들 앞에 발가벗긴 파리는 화가들의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화가들의 눈길과 붓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파리의 곳곳은 화가들의 캔버스에 담긴 채 화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영원의 안식을 얻었다. 그리고 파리는 또 한 번 류승희의 카메라 앞에 발가벗겨진다. 류승희는 화가들이 화폭에 담은 과거의 풍경이 있던 자리를 사진으로 찍어 현재로 생생하게 옮겨놓으면서 파리의 풍경을 살아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 류승희는 명화 속의 아름다운 파리 풍경들을 실제로 눈앞에 펼쳐 보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보면서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즐기는 내내, 화가들이 안내하는 파리와 류승희가 안내하는 파리의 어제와 오늘이 내 망막에서 묘하게 교차되었다. 그렇게 화가들이 바라보던 파리의 풍경, 류승희가 카메라 셔터를 들이대던 파리의 풍경은 단순히 ‘파리’가 아니라,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서울’이 되었고, 그리운 ‘고향 산천’이 되었고, 거대한 ‘대지와 자연’이 되었다. 화가들이 그린 ‘아름다운 파리’가 내가 보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발견하는 눈은 화가들의 눈이나, 류승희의 눈이나, 내 눈이나 투명하기 그지없다. ‘아, 아름답다, 그립다!’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마음에 와 닿는 풍경들은 화가들의 화폭에서나, 류승희의 사진에서나, 내 망막에서나 똑같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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