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웅진 세계그림책 15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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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은 영국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 놀러 간 한 가족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앤서니 브라운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앤서니 브라운은 말한다. 그날 어머니 생신에 색다르고도 특별한 그곳에 갔기 때문에 동화를 그리게 되었노라고……. 그곳은 바로 미술관이었다.

아빠와 엄마, 형, 그리고 나(지금부터 ‘나’는 편하게 ‘어린 앤서니 브라운’이라고 해두자.), 이렇게 네 식구는 썩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엄마를 따라 미술관 나들이를 나선다. 엄마가 앞장서고, 그 다음에 아무래도 좋은 어린 앤서니 브라운이,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하는 중요한 스포츠 경기를 놓친 아빠와 형이 투덜거리며 멀찍이 뒤따른다. 그렇게 그들은 으리으리한 건물 앞에 도착한다. 어느 나라나 웅장한 미술관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인가, 가족은 긴장하고 썰렁한 농담을 일삼는 아빠와 잔뜩 찌푸린 형도 조용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그들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품을 구경하면서 점점 그림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림으로 그려진 세상은 그들이 살고 있는 일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음을 발견한다. 시큰둥하던 아빠와 형도 미술관 관람의 매력에 흠뻑 빠질 즈음, 어린 앤서니 브라운의 가족은 총천연색의 모습을 되찾는다.

앤서니 브라운은 ‘색깔’로 한 가족의 친밀 지수와 행복 지수를 보여준다. 처음의 어두운 색조가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밝은 색조로 변해 간다. 그렇게 가족이 제 색깔을 찾아가는 동안 아빠의 썰렁한 농담도 가족의 냉랭한 침묵이 아니라 가족의 웃음보와 공명한다. 이제 가족은 완전한 행복 속에 소통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숨은그림찾기 시간.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에서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바로 숨은그림찾기라는 사실……. 앤서니 브라운은 자신이 그린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을 찾으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없지만, 그의 그림책을 보다 보면 서서히 숨어 있는 그림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기발한 그림들을 한번 찾아볼까.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스포일러성이 강한 글이다. 내가 찾은 숨은그림을 모두 적었다. 자신이 찾은 그림과 비교해 보고 싶은 사람만 읽길 바란다.




첫 번째, 어린 앤서니 브라운의 가족이 미술관으로 가는 길을 그린 그림에 축구공과 몽당연필이 빌딩들 사이에 숨어 있다.

두 번째,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정문 그림에는 손가락, 강아지, 고양이, 야구하는 천사, 웃고 있는 임금님 얼굴이 숨어 있다.

세 번째, 미술관에 막 들어서면서 긴장해 있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그림에서는 찌푸린 얼굴과 티포트와 커피잔이 숨어 있다. 아, 티포트와 커피잔이 너무나 앙증맞다.

네 번째, 가장 반가운 그림. 옛날 그림들이 빼곡히 걸려 있는 커다란 전시실 그림에는 많은 명화들이 걸려 있다. 그중 정면에 바로 보이는 커다란 그림은 라파엘 전파 중 한 사람인 존 에버렛 밀레이의 「Hearts are Trumps」.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다. 나머지 그림들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꼭 언젠가는 찾고 말 테다.

                                                                                 John Everett Millais 「Hearts are Trumps」


다섯 번째, 「콜몬들리 가의 여자들」, 언뜻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세부적인 모습들은 조금씩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목걸이, 그 외에도 옷의 장식, 아기의 모습도 다르다.

여섯 번째, 배불뚝이 선장 그림에서는 선장의 모자 위 검은 고양이, 선장의 코트 깃에 있는새, 밧줄에 숨어 있는 코브라와 오리(?), 나팔, 아이스크림, 그리고 코트의 단추 한 개, 선장의 콧수염와 그림자가 다르다. 넘실대는 파도에 섹시한 입술 하나도 교묘하게 숨어 있네.

여섯 번째, 존 에버렛 밀레이의 「롤리의 어린 시절」을 흉내 낸 그림에서 ‘달걀 프라이 꽃’과 ‘소시지 새’를 보고 어찌나 웃었는지……. 그 밖에, 이 그림에서는 수많은 소시지가 숨어 있다.

일곱 번째, 카렐 웨이트의 「알레그로 스트레피토소」를 흉내 낸 그림에서 사자의 꼬리를 유심히 보라. 그리고 조지 스터브스의 「사자의 공격을 받은 말」에 숨어 있는 코끼리와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도 찾아보라.

여덟 번째, 피터 블레이크의 「만남 또는 좋은 하루 되세요, 호크니 씨」를 흉내 낸 그림에서는 수많은 아빠의 황당하고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빠 모자 위에 있는 달걀 프라이를 얹은 식빵, 개로 변한 아빠, 땅에 뿌리를 내린 지팡이, 팔에 걸친 외투 끝에 숨어 있는 수상한 동물 등등, 많은 것들이 숨어 있는 그림이다.

아홉 번째,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앤서니 브라운의 가족을 그린 그림에는 여우 두 마리와 날개를 활짝 편 채 날고 있는 새 한 마리가 있다.


아, 즐겁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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