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유리알 유희』. 요즈음도 마찬가지인지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 헤르만 헤세의 책이 필독도서에 빠지지 않았으며 최소한 헤세의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헤르만 헤세는 그의 책을 읽어보았건 그렇지 않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헤세를 읽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헤세의 문장이 섬세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생각해 보는 것은 『이방인』의 번역 관련한 광고로 볼 때 과연 우리가 읽은 헤세의 문장이 과연 헤세의 문장과 얼마나 비슷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헤세의 문장론』이라는 이 책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진다.


<번역>이라는 글에서 헤세는 가장 번역이 어렵다는 시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 되었건 번역이라는 것 자체가 원작의 본질적인 면을 상실시켜버린다는 것이고 그 점은 시만큼은 아니어도 소설 역시도 어느 정도는 적용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이한 작가들>에서는 헤세의 소설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에드거 앨런 포나 쥘 베른, 웰스 등의 작가들―특히 쥘 베른이나 웰스에게―에게 무해한 기술자들, 기인 작가들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시대와 함께 몰락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그리고 낯선 기이한 작가 몇몇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기술자라 이야기했던 쥘 베른이나 웰스의 작품이 여전히 읽히고 있는 것을 보면 헤세는 무슨 생각이 들까. 이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문장론이라는 제목 보다는 다른 제목을 붙였어야 했다. 책의 부제이기도 한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에 관한 헤세의 생각들을 모아놓은 글들이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가 오히려 책의 제목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문장론이라고 해서 전문적인 부분만을 파헤쳐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헤세 자신이 이야기하는 문장에 관한 이야기가 주가 되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분은 드물고 책에, 글에 대한 에세이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사실 문장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재미있고 헤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는 것처럼 흥미롭다. 번역이나 책 애호가나 독서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 현실과도 비슷하지만 번역에 대한 것도 문장에 관한 전문적인 글이 아니며 책 애호가나 독서에 대한 이야기도 그의 문장과는 별 관련이 없다.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헤세의 문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힐 수 있겠지만 제목을 보고 내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헤세가 이런 제목을 본다면 ‘책의 제목 붙이기’와 같은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책의 제목과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그게 꽤나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