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시종
우고 디폰테 지음, 피터 엘블링 영역,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우고 디폰테가 지었고 자신은 영역만을 했다는 작가의 괘씸한 거짓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중세 이탈리아에서 시식시종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중세 이탈리아의 끔찍한 상황이 묘사되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사랑하는 딸을 지켜내고,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는 우고 디폰테는 밝고 쾌활하다.

하지만 우고 디폰테의 얄미운 형이 다시 등장해서, 우고 디폰테의 주인이자 포악한 페데리코의 오른팔이 되면서부터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버렸다. 게다가 딸까지 얽히는 뻔한 이야기라니! 우고 디폰테 대 페데리코의 유쾌한 갈등 관계는 갑자기 심각해졌고,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인 유쾌함이 사라졌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약간 씁쓸한 뒷맛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재미있다. 역자라 주장하는 작가의 능청만큼이나 중세의 생활상, 음식 등의 묘사에도 탁월하다. 유쾌한 콩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책 말미의 심각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다. 첫맛은 달지만 다 빨고 나면 씁쓸한 것 같은 사카린 맛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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