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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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섬노예 사건에 관한 뉴스를 보다 보면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노예제도가 남아 있던 봉건시대나 미국의 남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실제로 아직도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곳이 허다한 것을 보면, 어쩌면 인간은 내면 깊숙이 악마적 심성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노예 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미국의 예를 들어 보자면, 가정부 복을 입은 퉁퉁하게 살이 오른 하녀, 웃통을 벗고 뙤약볕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젊거나 혹은 나이가 든 노예들. 이들의 공통점은 흑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노예였고, 죽을 때까지 노예로 살았다. 이후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자유가 주어진 것은 노예 해방이라는, 어찌 되었건 명목상의 이유로 일어났던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부터이다. 전쟁이라고 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 이후에야 노예 제도는 어떤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노예제에 관한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진 이야기라면 해리엇 비처 스토의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일 텐데, 이것이 백인의 눈으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쓰인 이야기라면 지금 볼 이 책은 자유인에서 노예가 된 한 흑인 지식인의 눈으로, 삶으로 경험한 생생한 기록이다.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은 뉴욕의 자유 시민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솔로몬 노섭이 납치당해 루이지애나의 한 목화 농장에서 구출되기까지의 12년 동안의 노예 생활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자유민에서 노예가 되었다는 극단적인 대비와, 실화라는 충격까지 더해져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특이한 점은 자유민이자 지식인이기도 했던 흑인이 노예제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그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료로의 가치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자유 시민 ‘노섭’은 노예 상인에 의해 ‘플랫’으로 그 바뀐 이름만큼이나 험난하고 고된 삶을 경험하게 되는, 노예로의 삶뿐만이 아니라 미국 남부 지역의 생활상과 단면들도 독특한 느낌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이것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세계를 직접 경험한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현재에도 분명히 노예들은 존재한다. 현재의 노예들의 모습은 과거에 못지않다. 잔혹하고, 악랄하며, 비인간적이다. 사람을 납치하고, 폭행해서 죽지 않기 위해 자발적 노예가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자유로웠다가 강제로 빼앗긴 사람들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과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비인간적이고 부조리한 폐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쉬운 말처럼 이야기하는 개인의 저항과 같은 것과 같은 정신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와 같은, 보다 큰 힘밖에 없다. 그럴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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