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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마법사 오즈 - 개정판 ㅣ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1
L. 프랭크 바움 지음, W.W. 덴슬로우 그림, 최인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려 6개월의 긴 모험을 마쳤다. 오즈의 세계는 아주 넓었다. 도로시와 토토,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무수히 등장해서 환상적인 마법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오즈의 매력은 수많은 캐릭터의 개성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오즈의 평화로움, 저자 프랭크 바움의 원색적인 색깔 감각과 성선설, 그리고 바움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나라들이다.
오즈의 평화로움은 《오즈의 마법사》를 쓰면서 바움이 독자에게 한 최대의 약속이다. 1권 서문에서 “내가 하려는 이야기 속에는 판에 박힌 마귀, 난쟁이, 요정이 나오지 않습니다. 또 동화 작가들이 공포심을 끌어내기 위해 곧잘 써먹는 무시무시하고 소름 끼치는 장면이나 잔혹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나는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선물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썼습니다”라고……. 그 약속대로 오즈에서는 나쁜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갈등’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갈등’이라는 것을 바움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그 ‘갈등’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읽게 되는 긴장감 대신 ‘화해’를 기반으로 한 평화로운 해결을 미리 내재하고 있으며, 오즈의 ‘갈등’은 곧 수많은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종소리 같다. 그래서 오즈에서의 모험은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나서도 된다. 나쁜 일은 하나도 없는 좋은 나라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소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잘 맞는 책이다.
《오즈의 마법사》의 고유색은 원색이다. 오즈의 중심부인 에메랄드 시는 온통 초록색, 에메랄드 시를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윙키의 나라는 온통 노란색, 동쪽에 있는 뭉크킨의 나라는 온통 파란색, 북쪽에 있는 길리킨의 나라는 온통 보라색, 남쪽에 있는 쿼들링의 나라는 온통 빨간색이다. 사람들의 옷, 집, 식물들의 색깔, 심지어 가장 좋아하는 색깔까지 모두. 바움은 오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나 요정, 말하는 동물, 풍경 들의 색깔을 자주 묘사하는데, 바움의 색깔 감각은 너무나 원색적이고 알록달록하다. 곧 서른을 앞두고 있는 어른에게는 낯간지러울 만큼 촌스럽다는 말을 연발하게 할 만큼 색깔의 보색 대비가 뚜렷하다. 바움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덕분에 오즈는 무채색으로 일관된 바깥 세계와는 달리 온갖 유채색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바움의 촌스럽기 그지없는 색감이 빛을 발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순간이다.
에메랄드 시에는 ‘망각의 샘’이 있다. 망각의 샘은 바움의 성선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망각의 샘물을 마시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잊고 무(無)로 돌아간다. 가장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 전체 이야기를 통틀어 가장 나쁜 캐릭터는 지하 세계 놈나라의 놈왕 루게도라고 할 수 있다. 루게도는 두 차례에 걸쳐 오즈의 에메랄드 시를 정복하려 하는데, 두 번 모두 망각의 샘물을 마신다. 그때마다 루게도는 악한 심성을 버리고 아기처럼 순진무구해진다. 바움은 루게도를 통해 ‘사람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착하지만 나쁜 환경이나 물욕으로 악하게 된다’는 성선설의 신념을 보여준다.
《오즈의 마법사》를 펼치자마자 나오는 것은 오즈의 지도이다. 에메랄드 시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각각 자리 잡고 있는 윙키, 쿼들링, 뭉크킨, 길리킨의 나라에는 그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마다 훨씬 많은 나라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어느 누가 그 많은 나라들을 상상하고 생생하게 창조해 낼 수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즈에서 모험을 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 길을 따라가면 이번에는 무슨 나라가 나올까’이다. 오즈의 지도에서 빈자리를 채워나가는 기쁨도 아주 크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바움이 가장 부각시키고 있는 캐릭터는 오즈마 공주이다. 각 권마다 이야기를 이루는 중심 인물은 모두 다르지만, 《오즈의 마법사》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심적인 인물은 오즈마 공주이다(‘오즈마’라는 이름은 프랭크 바움의 손녀인 ‘오즈마 바움’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오즈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바움이 극찬하고 또 극찬하는 오즈마 공주는 오즈의 중심부인 에메랄드 시를 포함해서 윙키의 나라, 쿼들링의 나라, 뭉크킨의 나라, 길리킨의 나라 모두를 다스리는 최고선의 존재이다. 오즈마는 지고선(至高善)을 기준으로 오즈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오즈는 좋은 나라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민을 권하고 싶은 최고의 나라이다. 그저 평화롭게, 그저 행복하게, 그저 한가롭게만 살고 싶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