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산 (양장)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재미마주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완전히 어른인 나는 아이나 어린 조카를 위해 동화책을 즐겨 사는 게 아니다. 동화책은 언제나 나에게 감탄을 연발하게 하고 경이롭게 느껴지기 때문에, 나는 동화책을 고르고, 사고, 보는 걸 도저히 멈출 수 없다.

 

오늘 나는 ≪노란 우산≫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이제 내 생애 최고의 동화책이 되었다.

 

인간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단에는 문자(언어), 그림, 음악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음악이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동시에 가장 고차원적인 표현수단이라고 생각하며, 그 다음이 그림, 그리고 문자가 인간이 생각해 낸 가장 조잡한 표현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우리는 뭔가를 표현하는 데 말과 문자를 포함하는 언어를 맹신한다.

 

그러나 ≪노란 우산≫은 책장을 넘기면서 눈에 그 잔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문자 없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마음으로 전해 주었다. 책을 시각인 눈을 통해 읽으면서 받아들이고 뇌에서 해석하고 나서야 그 지령에 따라 뭔가를 느끼는 게 아니라, 그냥 책과 공명하고 있는 것 같은 이 설레는 떨림은 참으로 오랫만이다. 이 책 속에 포함된 음악CD의 선율은 이 책 속에서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이 내 마른 가슴에도 떨어져 내려 촉촉이 스며드는 것 같은 근사한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빛깔 고운 우산들과 그 정겨운 풍경들을 생각하면, 왠지 이제 비 오는 날이 즐거워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