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도 역시 내가 읽어본 몇몇 안 되는 대부분의 다른 일본 작가가 쓴 소설들처럼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나 <태엽 감는 새>, 무라카미 류의 제목만 투명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처럼 공감하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읽는 내내 어떤 느낌도 가져보지 못했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기억을 상실해 버린 여자 주인공 사쿠미는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 자신과 기억을 잃어버린 후의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는 편이다.

 

연예계 생활을 그만두고 방황하다가 자살해버린 예뻐서 눈길을 뗄 수 없는 사쿠미의 여동생 마유는 눈과 미소가 예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자살한 여동생의 남자친구이자 독특한 작가인 류이치로는 그 언니인 사쿠미의 애인이 된다.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한 배다른 사쿠미의 동생인 요시오는 초등학생. 앞일을 미리 예견하거나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지하고 의식만으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등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또래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첫 남편과 사별하고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하고 세 번째 남자친구를 가지고 있는, 사쿠미와 마유와 요시오의 어머니 대신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는 어머니 친구인 바람난 준코 아줌마.

 

이 소설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유부남을 사랑한 사쿠미의 친구 에이코는 그의 부인의 칼에 찔린다.

 

혼과 통하는 ‘변소’를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사세코, 혼혈아이면서 요시오와 같이 범상치 않은 예지력을 가진 그의 남편 코즈미씨.

 

이상한 능력을 가진 요시오의 친구 밀국수와 고독한 메스머씨 등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 – 소설 속에서 그들 자신도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다 – 의 이상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들에서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일까.

 

그저 그런 이야기의 나열일 뿐이라 하더라도 어떤 소설이든 작가가 설정한 주제를 향해 일관성이 있다. 특별한 주제가 없다고 작가가 천명하더라도 그 작가가 글을 쓰면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암리타>에서는 무엇일까?

 

작가는 류이치로의 입을 빌려 암리타란 “신이 마시는 물, 감로수”라고 밝히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것 같은 것”이라고 부연한다.

 

이상한 사람들, 이상한 관계, 이상한 경험들도 모두 결국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일까?

읽어나가면 읽어나갈수록 도무지 그 무엇을 알 수가 없어진다.

 

나와 이 소설의 공감대는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