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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성 ㅣ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별 다섯 개를 모두 주지 못하고 별 하나를 채우지 않은 이유는 홈즈가 총을 쏘아 뤼팽의 아내를 죽였기 때문이다. 뤼팽이 결코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이지 않듯이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에서 홈즈도 결코 총을 쏘아 누군가를 죽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리스 르블랑이 홈즈를 빌려온 것은 그다지 개의치 않으나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홈즈의 성격과 인물 됨됨이를 제멋대로 변형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무척 만족한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신비로운 성이 나오고 난해하고 복잡한 암호문을 해독해야만 차지할 수 있는 보물 찾기가 마음껏 펼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이야기들은 신빙성 있는 역사적 사건과 실제 장소들을 토대로 모리스 르블랑의 상상력의 힘을 빌어 현실보다 더 현실감 있고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더구나 독립적이고 단편적인 각각의 이야기들로 묶여진 <셜록 홈즈> 시리즈에 비해서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연결고리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르센 뤼팽 전집>>(까치글방 발행) 제2권 <뤼팽 대 홈스의 대결>에 포함되어 있는 ‘금발의 귀부인’ 이야기에서 완전히 별개인 건물들이지만 비밀통로로 연결되어 결국 하나로 통하는 뤼팽의 은신처가 홈스에 의해 밝혀지자, 뤼팽은 자신이 미리 확보해둔 미지의 곳으로 은신처를 옮겼다고 나오는데, 난공불락인 기암성이 바로 그 은신처인 것이다.
모든 이야기들이 완벽하게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이야기의 조그마한 단서가 또 다른 이야기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우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