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소설가 윤대녕을 좋아하는 것은 그 동안 다른 소설가들을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변화가 심하다. <상춘곡, 1996>에서 윤대녕에 깊숙이 빠졌고 <사슴벌레여자>를 읽고 좀처럼 씻어내기 힘든 배신감 비슷한 실망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는 다시 그가 좋아졌다고 감히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아주 사사로운 한 개인의 편지를 몰래 엿보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남의 편지를 몰래 엿본 죄의식이나 죄책감이 아니라, 편지 곳곳에 묻어나는 곱고 예쁘고도 슬픈 이야기를 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두근거림이었다.

 

이 책은 한 사내가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책의 표지에는 “윤대녕 여행산문”이라고 쓰여 있지만, 여행산문이라기보다는 단지 여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내의 깊은 마음이 담긴 편지 묶음이라야 어울릴 것 같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여인도, 편지를 쓰는 사내도 모두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는 기분이다.

아주 기분 좋은 사색을 10일 동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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