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샤일로에서 본 것 - 미국 남북 전쟁 소설선 아모르문디 세계문학 2
앰브로즈 비어스 지음, 정탄 옮김 / 아모르문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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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욕망의 발현이다. 그 욕망의 시작은 한없이 복잡하지만 드러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종교전쟁이나 영토분쟁, 자원전쟁처럼 겉으로 드러난 목적은 한없이 단순해 보인다. 미국에서 벌어진 내전인 남북전쟁(The Civil War)도 마찬가지다. 노예해방이라는 거룩한 목적을 가진 전쟁으로 단순히 알려져 있지만 그 내면이 가진 욕망은 역시 복잡하다. 실제로 노예제를 지지했던 남부에서조차 노예를 소유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노예제에 대한 우월함과 부유함의 상징에 대한 도전에 반발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남부의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조차도 노예제도는 남부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을 터, 이것이 훼손되는 것을 전쟁을 통해서라도 막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실제로 노예해방 이후에도 흑인들에 대한 대우가 거의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외적으로 드러난 그 의미만큼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복잡한 욕망이건 단순한 외면이건 전쟁의 모습은 어느 것이나 똑같다. 참상이다. 부모형제를 잃고 연인을 잃고, 자신의 신체마저 잃어버리는 비극 이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목적이 숭고해도 그 과정은 참혹한 모습들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전쟁이다.

미국 내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전쟁이라는 단순한 이면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것도 마거릿 미첼이라는 작가가 아닌 비비안 리의 스칼렛 오하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처럼 전쟁은 그것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끝도 없는 비극일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영화의 배경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앰브로즈 비어스는 낯선 작가다. 그는 저널리스트이며 작가였고 정치적이고 개인적인 신념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군에 자원입대하여 남북전쟁을 겪었다. 이 전쟁은 비어스가 일생에 겪은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어스가 쓴 단편들은 공포와 남북전쟁에 관한 이야기들로 전쟁에 대한 것 뿐 아니라 공포에 관한 이야기들도 그가 겪은 전쟁의 생생하고 공포스러운 체험이 근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말년에 멕시코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여했다가 행방불명된다. 『내가 샤일로에서 본 것』은 비어스가 쓴 남북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들이기에 그 생생함이 더하다. 소설이기보다는 전쟁의 단면들을 기록한 수기에 가깝다. 실제로 이야기 속에는 전쟁에 대한 참상들과 더불어 전쟁 자체의 아이러니함과 인간의 비이성성에 대한 냉소적 풍자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냉소도 전쟁이라는 비현실적인 참혹함에 이성을 잃어버린 인간에 대한 연민에 가깝다.

“허! 과연 그 무엇이 이들을 홀려 전쟁이 지원하게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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