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31편의 명작 소설이 말하는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
잭 머니건.모라 켈리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브제 / 2013년 9월
평점 :
모든 예술작품들이 사랑을 주제로 즐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를 제외하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 때문에 즐거워하고 아파하고 눈물 흘리지 않았을까? 사랑은 그런 것이다. 천국과 지옥을 들락날락하는 것. 회사에서 연애하고 직장에서 연애하고 모든 것이 연애로 통하는 우리나라 TV 드라마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일 터, 사랑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한 것뿐이라는 말도 어쩌면 영 틀린 것이 아닌 것이다. 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전부터 현대의 소설까지, 비록 사랑이 주가 되지는 않더라도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축이었으며 사랑과 연애는 종교, 이념, 법률보다 위에 있다. 사랑이여 영원할지니.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은 두 남녀 작가인 잭 머니건과 모라 켈리가 엄선한 31편의 고전소설을 통해 입체적이고 생생한 소설 속 인물들의 실전을 통해 사랑과 연애를 이야기한다. 고전이 달리 고전일까, 현대의 모든 사랑의 클리셰는 고전으로 발견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서로의 사회적 지위가 사랑을 방해하거나―『오만과 편견』, 아들의 연인을 질투하고 갈라놓으려는 엄마나―『아들의 연인』, 불구가 된 남편 대신 섹스 파트너를 찾거나―『채털리 부인의 사랑』, 바람둥이와 불륜을 저지르고 버림받아 자살하거나―『보바리 부인』처럼 고전에는 온갖 사랑과 연애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약간은 억지스러워 보이기는 해도 남성들의 캐릭터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려는 부분도 있다. 헤밍웨이와 멜빌의 소설에서 마초적이고 알코올 중독자이며 집착하는 캐릭터들 역시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등장한다. 흰 고래에 대한 집착이 여성과의 관계로 어떻게 치환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고래잡이 남편을 둔 여자라면 다른 작살잡이도 많다는 친절한 충고까지 해준다. 이처럼 몇 작품에서는 무리하게 사랑으로 모든 것을 끼워 맞추려는 억지가 돋보이기도 한다. 채털리 부인은 억제된 성욕의 분출보다는 섹스 후에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에 촛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은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이다. 원제의 경우 <Much Ado About Loving>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Much Ado About Nothing, 헛소동>의 패러디임에 분명하고 연애소동쯤으로 번역이 될 듯하다. 책이 잘 팔려야 하는 출판사의 절박한 처지가 이해되기는 하지만 책의 제목마저도 요즈음의 유행이 되어버린 강좌나 강의 식으로 철저히 따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긴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 제목이 오히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소개되는 고전들에는 모든 연애의 모습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연애가 전부는 아니다. 목차를 쭉 훑어보고 반드시 해당되는 책을 먼저 읽을 것을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작품에 대한 바보 같은 인상이 심어질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