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 - 멸종 오리 찾아서 지구 세 바퀴 반 지식여행자 시리즈 3
글렌 칠튼 지음, 위문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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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나이를 먹게 되면 새 이름 정도는 몇 개는 알게 된다. 학교에서건 TV에서건 다른 사람들에서건 말이다. 간혹 독특한 새들을 알게 되는데 생김새가 특이하거나 신기한 습성을 가졌거나 멸종될 위기에 쳐했거나 하는 경우에 그렇다. 이를 테면 내가 날개가 퇴화해 날 수 없어 다리가 발달했지만 수많은 개체가 인간에게 잡혀 멸종되었다는 도도새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새들이야 그렇다 쳐도 이런 새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류학자라 불리는 사람들인데 우리나라에도 새 박사로 알려진 윤무부 교수가 유명한 것을 보면 어느 나라나 새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The Curse of the Labrador Duck』는 멸종된 까치오리를 찾아 5년에 걸쳐 10개 국가의 40개 도시, 44곳의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한 조류학자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번역서는 유쾌하고 낭만적인 여행담 제목을 가졌지만 원서의 까치오리의 저주(책의 17장의 제목)라는 어쩐지 음산해 보이는 제목을 보고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 저주에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1970년 전후, 커피와 차를 만들던 식품회사에서 끼워 팔던 아이들용 카드의 주제가 멸종된 동물이었다. 그 첫 번째 카드가 까치오리였는데 수집광이었던 꼬마 글렌 칠튼에게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 성인이 된 후 까치오리에 대한 것은 잊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해설서를 쓰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저자는 까치오리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하고 싶어서 까치오리의 표본을 찾아 세계를 떠돌 궁리를 하게 된다. 태어나기도 전에 멸종해버린, 수집카드로밖에 볼 수 없었고 나이를 먹어도 박제나 표본으로 밖에 볼 수 없었지만 글렌 칠튼은 세상에 남은 모든 까치오리 박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까치오리의 저주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세계를 떠돌고 졸업여행과 제2의 신혼여행을 빙자해서, 아내를 대동하기도 한다. 이 정신 나간 듯한 여행담은 그저 까치오리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의 도시와 자연사박물관에 대한 흥미진진한 기록이기도 하다. 익살스럽고 좌충우돌하는 그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박제가 되어버린 까치오리가 저자에게 유쾌한 저주를 내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도새가 그러한 것처럼 까치오리 역시 인간에 의해 멸종되었다. 그리고 박제된 까치오리를 소유했던 사람들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더 이상 사람들은 멸종되는 생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생명의 기원과 질병의 근원을 알려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유전자와 DNA의 연구에는 수많은 돈을 쓰면서도 그것들의 집합체인 한 생명체가 완전히 사라져 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개체만 보존된다면 나머지들은 모조리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이 인간일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간은 더더욱 오래 살게 되겠지만 다른 생명체들은 동식물원에서야 구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이 진짜 저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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