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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평점 :
어떤 의미로는 국가는 사람보다 더한 생명체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한 국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국가의 삶을 함께 누린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세포들처럼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이 사람이라면 큰 병을 오래도록 앓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와 중동, 남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내륙에 위치한 국가로 수도는 카불이다. 아프가니스탄은 그 위치 덕에 세계 정세와 더불어 큰 변동이 있던 국가다. 아프가니스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탈레반의 국가라고 하면 잘 알아들을 정도로 현대에 와서도 분쟁에 휩싸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알카에다와의 연합으로 인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현재까지도 유혈이 낭자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과거 푸른 보석의 나라라고 불렸던 영광을 뒤로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 자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할레드 호세이니의 전작인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 A Thousand Splendid Suns』에서 그 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6년 만에 출간된 신작 『그리고 산이 울렸다And the Mountains Echoed』에서도 역시 가난 때문에 운명적인 이별을 맞게 된 남매와 가족의 사랑을 더듬어가면서 희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가족의 이야기이면서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52년 아프가니스탄, 작은 마을 샤드바그에 살고 있는 압둘라와 여동생 파리는 아버지 사부르와 새어머니와 지독한 가난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사는 것 자체가 힘든 나날이지만 압둘라는 여동생인 파리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오빠처럼 아버지처럼 파리를 보살피고 아낀다. 이런 가난 속에서 결국 아버지인 사부르는 파리를 카불의 부잣집에 입양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삶 때문에 동생과 생이별을 한 압둘라는 평생을 그리움에 사무쳐 지내게 되며 시간은 무심한 듯 흐르게 된다.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 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압둘라와 파리의 이야기인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다. 특히 1장의 동화는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관통하는 이야기다. 가난했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던 가족에게 악마가 찾아와 아이를 잡아간다. 악마에게 잡혀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겪으며 악마를 찾아간 아버지 아유브는 자신의 집에서보다 풍요롭게 살고 있는 아이를 보고 갈등하다가 결국 악마에게 아이를 남겨두고 온다는 이야기다. 사부르는 아이를 입양 보내면서 동화를 떠올렸을 것이고 풍요롭게 살기를 바랐을 것이다. 가난하지만 행복을 느끼기에는 삶이 너무나 힘들었으므로... 아프가니스탄보다는 훨씬 풍족한 삶을 누리는 우리들이지만 이런 비극이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 역시 비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