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세트 - 전3권 샘깊은 오늘고전 15
유성룡 원작, 김기택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징비(懲毖) 라는 말은 시경(詩經)의 “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는 구절에서 나온 것이다. 유성룡의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군무의 으뜸 벼슬인 도체찰사 및 정무의 으뜸 벼슬인 영의정 자리에서, 임진왜란을 둘러싼 국방, 군사, 정치, 외교, 민사 작전 등 모든 분야에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 대신 유성룡이 쓴 임진왜란의 기록이다. 이 징비록은 임진왜란 전사의 가장 중요한 기록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쟁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참혹하지만 패자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공식적으로는 조선은 임진왜란의 승전국이다. 하지만 이 전쟁은 패전국인 일본보다 승전국인 조선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임진왜란은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륙에 대한 욕심과 군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발생한 전쟁이다.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조선에서도 이런 일본의 전쟁에 관련된 움직임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대비도 하지 못했고 대규모 침략을 예견하지 못해 조선은 쑥대밭이 되고 만다. 이런 국론 분열과 준비 부족은 전쟁 발발 후 열흘 만에 한양까지 밀고 들어오게 된다. 조선의 이름난 장수들도 허수아비처럼 쓰러졌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도자였다. 선조라는 최악의 왕을 가진 조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명나라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병권을 가져간 명이지만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나라에 일본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뿐이었고 조선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이런 조선의 재상이었던 유성룡은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조선을 구해낸 것은 이순신의 수군과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한다. 현재의 일본을 본다면 정확히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쟁범죄자들의 무덤에서 참배하고 군대를 회복시킬 궁리만 한다. 정치권뿐만이 아니라 일본 사회도 다를 것이 없다. 하켄크로이츠와 다를 게 없는 전범기를 스포츠 경기에서 펄럭이고 있으니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죄의식은 이미 버린 듯하다. 양심 있는 일부의 사람들이 핍박을 받는 사회가 어찌 정상적이라 할 수 있을까. 독일과 비교되는 이런 일본의 모습은 언제라도 다시 전쟁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는 듯 해 공포스럽다. 하지만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이런 일본의 모습에 동조하는 몇몇의 우리나라 인간들이다. 일본의 던져주는 떡고물을 먹고 거대해진 우리나라의 괴물들은 여전히 힘이 있다. 제때 징계하지 못한 스스로의 벌이다. 이 책은 박종화의 소설을 이야기하며 끝맺음을 하는데 임진왜란과 6.25가 꼭 닮은 형태라는 것이다. 이 책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2차 대전의 일본의 침략전쟁을 두고 전혀 성격이 다른 6.25를 비교 대상―소련, 중공의 공산주의 패권과 김일성의 탐욕이 더해져 남침한 전쟁과 2차에 걸친 왜란의 공통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으로 삼았다는 것에 의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의 문장을 삽입한 것이라고는 하나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라면 작가의 진정성에 의심이 갈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다면 작가는 구제불능의 멍청이일 것이다. 3권의 마지막 한 페이지는 그야말로 사족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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