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 어느 회의론자의 작가의 집 방문기 지식여행자 시리즈 1
앤 트루벡 지음, 이수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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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회의론(주의)이란 보고 느끼는 세상이 현실 그대로의 세상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는 방법론의 한 종류다. 인터넷에서 창궐하는 의심병류의 가짜 회의주의가 아니다. 앤 트루벡의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A Skeptic’s Guide to Writer’s Houses』의 부제이자 원저의 제목에 가까운 <어느 회의론자의 작가의 집 방문기>라는 책의 ‘회의론자’라는 글귀를 보며 떠올린 것은 ‘왜?’라는 것이었다. 회의론자의 방문기는 무언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다는 선전 문구일까? 대체 둘의 상관관계가 무엇일까? 등등이었다. 사실 이 책은 일반적인 작가의 집 탐방기 등과는 다르다. 흔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집 방문기라면 이런 것을 떠올릴 것이다.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작가의 집을 방문해 그 흔적이 녹아 있는 책상이나 책꽂이, 타자기 등을 보며 감상을 이야기하는 식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는 작가의 집이란 ‘권위’와 ‘낭만’에 휩싸이지 않고, 그것이 진짜 작가의 존재를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깐깐하게 들여다본다. 이는 통쾌한 ‘기존 관념 파괴하기’의 하나로 읽힐 수 있다”는 책의 소개글이 있긴 하지만 TV에서 보이는 것 말고는 저자의 집 탐방기에 ‘권위’적이었던 글을 별로 본 기억이 없다. ‘낭만’이라면 많았겠지만.

저자는 작가의 집이란 본디 우울한 곳이며 작가의 집 순례는 헛수고라고 한다. 작가의 집에서는 어떤 문장도 만날 수 없으며 그저 주전자가 걸려 있는 빈 방 뿐이라고 한다. 또한 작가의 집을 박물관으로 만들려고 하는 기획자들을 비웃으며 박물관이 된 작가의 집을 방문하고 사진을 찍어 대는 무리들을 비웃는다. 책 소개에는 작가의 집이란 ‘권위’와 ‘낭만’에 휩싸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저자인 앤 트루벡은 다른 의미의 '권위'와 '낭만'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작가의 집이 박물관화되는 것을 증오한다. 저자의 집은 본디의 모습대로 우울하고 어두운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잭 런던의 집이 불타지 않았다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집이 이 책에 어떻게 소개되었을까. 사실 이 책을 꿰뚫고 있는 주제는 작가의 집 자체가 아니라 작가의 집과 그 도시의 경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집 때문에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 도시의 사정 때문에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는 작가의 집 등, 저자가 바라보는 작가의 집은 경제학자가 방문한 작가의 집이라는 부제가 어울릴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결국 그토록 증오하는 박물관이 되어서라도 작가의 집이 보존되는 것도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로 끝맺는다.

작가와 집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돈이 없어 셋방을 전전했던 포는 자신의 집이 이렇게 관광지가 될 줄 알았을까. 포에게 집이란 그저 글을 쓸 수 있는 하나의 공간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집일 뿐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열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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