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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평점 :
한때는 책이, 독서가 최고의 가치였던 때도 있었다. 집을 돌아다니며 책을 팔던 책장사들이 있었고 부모들은 없는 형편이지만 할부로 백과사전들이며 문학전집을 사주던 때가 있었다는 말이다. 부모들은 책을 읽고 아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동안의 이야기일 뿐이다. 책보다는 참고서와 독서보다는 학원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을 알았고 책을 사주는 대신 학원 티켓을 끊어주는 시대가 되었다. 독서란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만 읽으면 되는 존재로 타락해 버렸다. 시대는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인가, 요새는 유난히 책과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다.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줄어드는데 책은 오직 독서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독서의 해악
책을 읽어 무언가 하려고 하는 것은 모두 사사로운 뜻이다. 1년 내내 책을 읽고도 배움이 나아가지 않는 것은 사사로운 뜻이 해치기 때문이다. 제자백가를 드나들고 경전(經傳)을 고증하고 근거를 찾아, 배운 것을 시험이나 하려 들고 공리(功利)를 다급하게 여겨 사사로운 뜻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독서가 해를 끼친다. (박지원, <원사>)
독서는 모든 것일 수 있지만 예외도 있다. 어디엔가 써먹을 공부만 하는 것은 참 공부는 저만치 달아나버린다. 읽어서 마음이 기쁘고, 생각이 변하며, 삶이 바뀐다. 이런 것이 독서라고 연암 박지원과 저자는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공감 가는 문장이지만 독서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실용서만 읽는 저널리스트도 있고 그런 독서법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저자의 의도가 어쨌건 간에 『오직 독서뿐』의 부제는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전략'이다. 실제 내용도 저 부제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책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기가 질려 버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독서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전투적인 모습이 아니라 전투 후 휴식 시간에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민의 『오직 독서뿐』은 제목 그대로 독서의 정도(正道)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 읽기만이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저자는 우직하게 성현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 ‘등불을 켜고 옷을 갖춰 입고 엄숙하고 공경스런 자세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는 바른 옷차림과 곧은 자세는 정신을 집중시켜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추운 겨울날 이부자리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 귤을 까먹으며 책을 집어 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독서의 모습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게 된다면 시늉만 하는 원숭이 독서가 아닌 몸속에서 이미 전략적 독서를 행하게 될 것이다. 사실 독서를 하는 자세가 어떤들 무슨 상관일까. 무엇보다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