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의 책 -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
윤성근 지음 / 마카롱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몇 달 전 한 신문사에서 직장인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을 조사한 결과를 흥미롭게 봤다. 한 달 평균 1.8권이란다. 직장인의 빡빡한 생활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아닌가 했으나 이어지는 기사는 조금 우울한 기분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기계발서 54%, 경제경영서 21%, 부동산재테크 9% 정도의 수치다. 외국어는 빼고 계산한다고 해도 1.8권의 84%가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류의 책이다. 이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겨우 0.3권 정도다.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조사 결과가 크게 틀리지 않음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자기계발서 혐오주의자이기 때문에 자기계발서의 가치가 눈꼽만큼이라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보느니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훨씬 낫다. 자기계발서란 게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이야기를 성인의 언어로 풀어놓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 긍정적 마인드, 사람 사이의 관계, 희망 같은 것들 말이다.

각설하고, 우리나라의 평균 독서량이 많다고는 할 수 없을 터이고 인구 자체도 많은 편이 아니어서 독서 인구 자체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책들이 출판되는 것을 보면 신기한 생각이 자꾸 든다. 바로 다른 책들을 이야기하거나 독서 자체를 이야기하는 책들 말이다. 침대에서도 읽고, 여행지에서도 읽고, 기차에서도 읽고, 공원 벤치에서도 읽는다. 도무지 팔릴까 싶은 책들이지만 이런 책들을 살펴보는 것은 의외로 재미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엿보는 듯한 느낌 때문일까?

윤성근의 『침대 밑의 책』도 이런 이야기다.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야기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사람도 똑같지 않던가? 원래 다른 사람들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처럼 다른 책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재미있다. 그리고 이 책은 가벼운 터치로 써 내려가 읽기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좀비나 캠핑, 세계정복, 수집 같은 부분을 보면 이 책만이 보여주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침대 밑의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달리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다.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것이 책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등장시킬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현재는 헌책방 주인이기도 하면서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도 책에 빗대어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침대 밑의 책'이라는 말처럼 느긋함과 만족감을 주는 것도 드물 것이다. 뒹굴거리며 재미있는 책을 읽다 잠들 수 있는 공간이 어찌 낙원이 아닐 수 있을까.


참고로 책의 각 페이지에 실려 있는 오른쪽 아래의 어여쁜 아가씨 그림은 책 애니메이션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렸을 때 교과서에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 있다면 알 것이다. 책 사이에 껴 있는 돈을 찾을 때처럼 넘기면서 그림을 감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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