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신도 깨닫게 될 이야기 - 내 인생을 바꾼 성찰의 순간들
엘리자베스 길버트 외 119명 지음, 래리 스미스 엮음, 박지니.이지연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특히 책에 관해 관심을 보이는―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면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자기계발서류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런 비슷한 종류의 책만 봐도 짜증이 밀려온다. 요새는 무슨 유행인지 TV에서조차 이런 강의가 넘쳐나니 TV를 즐겨보지 않는 게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애초에 성공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해도 된다는 강의라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런데도 이런 류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자기계발서 시장이 충분해진 것이 이유일 테고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는 증거도 될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사회적인 현상 때문이 딱히 별 상관없는 것마저 자기계발류로 포장되는 것이 정말 싫다. 강사가 아닌 작가의 경우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을 사용한다. 그들은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않고 그런 방식을 싫어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고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한다.

이 책 『어느 날 당신도 깨닫게 될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라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물론 이것이 자기계발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날 당신도 깨닫게 될 이야기』는 여러 작가들의 순간(『The moment』)에 대한 에세이다. 수많은 작가들의 자신의 인생에서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살다 보면 크건 작건 깨달음의 순간이 있다. 사랑이나 직업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순간들은 긴 삶에서 그것이 최고의 순간은 아닐 수 있겠지만 삶에 꾸준히 영향을 주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작가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만큼 작가의 성향에 관계없이 편차도 심한 편이다. 읽다  보면 그저 기억에 남던 일들을 삶에 연관시켜놓은 것 같은 이야기나 억지로 써낸 짧은 이야기 같은 것들도 제법 보인다. 세 살 때 부모님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 자신은 혼자라고 느낀 이야기―세 살인데!―나 첫 운전의 경험으로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 화장실에서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 첫 키스를 하고 어려움도 있지만 잘살고 있다는 이야기―실제로 이게 한 페이지로 끝나는 글이다. 옆에 사진 한 장이 있지만―를 읽다 보면 그 작가에 대한 진실성에 의심마저 들어버린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여기에 쓰인 작가의 글들이 자기 인생 최고의 순간이 아니다. 왜냐고? 당신이 작가라고 상상을 해보자. 당신이 겪은 최고의 순간을 이런 짧은 에세이에 담고 싶겠는가? 만일 나라면 그 순간을 오로지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 넣을 것이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받은 이유는 깨달음과 감동을 강제하는 듯한 문구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작가들의 삶을 바꾼 이야기가 흥미롭고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너무 빽빽하면서도 짧고, 가끔은 작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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