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의 글쓰기
조제희 지음 / 들녘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글 쓰는 행위 자체가 간편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종이와 펜에서 디지털기기로의 전환은 그 간편함만큼이나 글 자체의 무게도 가벼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그 대신 자신의 글을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은 무한대로 늘어났다. 사실 직업이 아닌 경우 평범한 사람들은 글을 쓸 만한 경우가 거의 없다. 어린 시절 독후감을 쓰거나 리포트를 내는 경우가 전부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독후감이나 리포트의 경우 글의 대상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종이의 시절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특정한 다수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현재는 어떠한가, 자신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글을 누구에게나 보여 주는 것이 가능하다. 글쓰기 자체가 쉬워진 만큼 폐쇄성만큼은 완전히 없어져 버렸고, 글의 수준도 평균적으로 저하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사람들이 '글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이다. 글 쓰는 행위는 간편해 졌지만 SNS 같은 초단문을 제외한다면 여전히 글을 많이 쓰지 않는다. 『5000만의 글쓰기』에서 저자는 글쓰기란 글쓴이 혼자서 모든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오케스트라라고 정의하고 이 모든 것을 지휘하는 글쓰기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글쓰기는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쓴 저널이 아닌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글인 에세이를 쓰는 방식에 중점을 둔다.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인 블로그를 예로 든다면 맛집에 관한 글이라면 저널일 것이고 사회나 문화에 관한 평이 들어간다면 에세이에 가까울 것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무엇일까. 그것은 메시지일 것이다. 맛집 기행에는 메시지가 없다. 감상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자기가 어떤 글을 쓰는지를 알아야 한다. 주제가 되는 개념을 전문가 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영화에 대한 평을 쓰기 위해서는 그 출연 배우는 물론 시나리오나 감독에 대한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널은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사전 지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전 지식이 없는 글은 편협하거나 조잡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독자들이다. 독자의 수준에 맞게 글을 쓰는 것, 어린이가 보아야 할 글에 고도의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글을 쓰는 것처럼 가치 없는 일이 있을까. 사전 준비가 끝났다면 실제 글을 쓰게 된다. 에세이는 크게 두 가지 구조를 가진다. 문제 제기와 해결책이 그것이다. 문제가 어떤 것인지 원인을 파헤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읽기, 생각하기, 그리고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수많은 예시와 방법론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은 간단하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직접 써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이 자기만의 글쓰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기본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것을 전제로 이후의 글쓰기 과정을 상세히 다루어 더 좋을 글로 다듬는데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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