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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이펙트 - 인류 탄생의 과학적 분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ㅣ 10 그레이트 이펙트 1
재닛 브라운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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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진화론과 창조론이라는 단어의 사용에 대한 부분이다. 이론(理論)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사물의 이치나 지식 따위를 해명하기 위하여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일반화한 명제의 체계. 2. 실증성이 희박한, 순관념적으로 조직된 논리.] 당연하게도 진화론은 1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반해 창조론의 경우 2의 의미로 사용된다. 엄밀히 말하면 창조론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창조론자들의 경우 2가 아닌 1의 의미로 사용되기를 원한다는 점이 문제다. 영문으로 보면 더욱 확실한데 진화론이 ‘Theory of evolution’인데 반해 창조론의 경우 ‘Doctrine of creationism’이다. 창조의 교리 정도가 알맞을 것이고, 간단하게는 창조 교리나 창조설이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종교인이거나 창조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쾌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마저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과학이 아닌 믿음의 영역인 종교를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순간 이런 말도 안 되는 논쟁거리마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사용되는 창조론이라는 표현도 2의 의미를 사용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진화론은 찰스 다윈의 이름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 학설은 종교적인 교리에 회의적인 사상을 품고 있었던 당대의 과학자들이 인식하던 것이었고, 다윈과 같은 시기에 자연선택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던 과학자도 있었다. 이처럼 진화론은 당시 시대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산업이 발달하고 모더니즘이 만개한 시절에 지식인들은 과거의 자연신학이 아닌 새로운 인간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윈과 명망 있던 지인들은 다윈의 이론에 큰 힘을 주었고 이것 또한 다윈의 진화론이 넓게 알려진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재닛 브라운의 『종의 기원 이펙트』에서는 세상을 바꾼 종의 기원과 다윈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마지막 장인 「유산」에서 다윈 사후 진화론을 둘러싼 흥미로운 역사가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찰스 다윈과 당대의 과학자들이 주창한 진화론은 2013년에 이르러도 논란이 되고 있다. 창조론자들은 온갖 정력을 진화론은 공격하는 데 쓰고 있다. 복잡한 생명의 기원―진화론이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닌데도―에 대한 의문을 표한다거나 과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우스운 것은 설혹 진화론에 오류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창조설에 대한 증거가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진화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자연적으로 진화론은 사라질 것이다. 만약 진화가 자연선택이 아닌 대기의 농도에 의한 것이었다고 증명된다면 진화론은 폐기될 것이다. 그게 과학이니까. 하지만 창조설은 창조주가 대기의 농도를 조절했다고 할 텐데 이것을 과학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창조론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왜 ‘Theory’가 아닌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진화론이 왜 ‘Doctrine’이 아닌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진화는 여전히 관측되며 증명 가능할 뿐더러 수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말하고 싶은 것은 종교와 과학은 서로의 영역이 겹쳐서도 안 되고 겹칠 수도 없는 부분이다. 굳이 종교를 과학의 이름으로 연구하겠다면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에서 연구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