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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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책장수들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말 그대로 책 외판원들 말이다. 이런 책장수들은 돌아다니며 백과사전, 문학전집들을 팔곤 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여는 경우도 많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책장에 문학전집이 꽂혀 있던 집들도 제법 많았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렇게 꽂혀 있는 책들을 보고 있자면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 꺼내 보기 마련이다. 엉성한 번역과 고전의 지루함 덕분에 문학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질 수도 있을 것이고, 의외로 재미를 붙였던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제목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빼들었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쨌거나 이런 전집류라면 클래식들을 빠짐없이 모았다는 것인데 반드시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그 유명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일 것이다. 비록 작품을 읽지 않아도 유명세 덕분에 너무 친숙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라니.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추억을 파헤치는 느낌이 들 정도의 변화다. 작품 해설의 번역의 문제라는 부분을 읽어보면 이런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우선 베르테르가 베르터로 변경된 것, 이것은 꾸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본래 발음과 동떨어진 ‘베르테르’라는 잘못된 표기가 여전히 통용되었던 것을 바로잡은 것이라 한다. 아무래도 과거 일본어판을 중역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거나 외국어 표기법상의 변경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당장 익숙하지는 않지만 당연히 변경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슬픔이 고뇌로 바뀐 부분이다. 소개글에서는 ‘슬픔’이라는 단어는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아간 처절한 감정을 담아내기에 다소 부족하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서 비롯된 괴로움 말고도 신분 차별에서 오는 모멸감, 갑갑한 사회 환경에서 오는 권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고려하여 ‘고뇌’를 번역어로 선택했다는 글이 있다. 하지만 슬픔이라는 단어가 처절한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것처럼 고뇌 역시 처절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만족스러운가 하는 의문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슬픔보다는 젊은 베르터의 심정을 담아내기에는 적당한 듯하다. 어디선가 베르터의 비탄으로 번역된 것을 보았는데 비탄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긴 하지만 더 어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창비의 이 시리즈가 기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 역시 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이야기 역시 젊은이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한 원형을 보여준다. 로테라는 운명적인 사랑의 여인을 만났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약혼자가 있는 상황이었고, 둘은 서로를 알게 될수록 사랑이 싹트는 사이가 되고 만다. 로테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약혼자인 알베르트와 친분을 쌓는 베르터, 그리고 계속되는 로테에 대한 절망적인 사랑의 이야기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이후 수없이 변형되는 이야기의 본질적인 느낌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진심이 담긴 사랑은 언제나 고통과 슬픔을 동반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면야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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