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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면 프랑스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인기 있는 작가라는 수식어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자주 들르거나 CF에도 출연하고 그의 근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 등을 보아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기가 우리나라에서 많다는 점은 확실할 것이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부분에서는 꼭 보았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우연찮게도 이 작가의 작품을 이것저것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최고의 히트작 『개미』 이외에는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읽은 『파피용』은 다시는 이 작가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될 마음이 들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파피용』에서 보여줬던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뻔할 정도로 빈곤―성경이 모티프가 된 이야기는 물론 많긴 하지만 노아의 방주를 우주로 날린다는 이처럼 노골적으로 이름만 바꾼 이야기가 있던가―했고 이야기의 전개 과정 또한 보기 민망할 수준이었다. 이러던 차에 이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읽을 기회가 생겼으니 이 또한 작가와의 인연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은 과거에 출간되었던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확장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른바 자기 해석식 백과사전류의 책이다. 예전을 잘 기억하는 독자라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이 한창 유행했던 때가 있었던 것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것들을 베르나르식으로 해석한 백과사전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베르나르가 열네 살 때부터 기록해 왔다는 비밀노트를 책으로 묶어낸 것인데 베르나르 상상력의 근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30년 동안의 그의 기록들―스스로 떠올린 영감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발상과 관점을 뒤집게 하는 사건들, 생각을 요구하는 수수께끼와 미스터리,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해석 등이 두꺼운 책에 빼곡히 실려 있다. 이 책도 물론 백과사전이기도 하므로 꼭 첫 페이지부터 읽어 나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 날 때마다 아무 곳이나 펼쳐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었지만 실망했던 소설과 달리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전작이기도 한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그의 소설에서도 인용되는 재미있는 설정을 가진 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백과사전이라기에는 빈약한 외양도 확장되어 두툼하고 풍성해져 이제 진정한 백과사전처럼 거듭나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국내판의 제목을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인 원제를 왜 바꾸었는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작가의 이름이 가장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였다는 것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전작의 제목이 이 책에는 딱 어울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라는 빈곤한 상상력의 제목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