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의 정원
리앙 지음, 김양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타이완(대만)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른바 국공 내전(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일어난 내전)에서 중국 국민당이 패배 후 타이완 섬으로 이주해 세운 국가로 중국과는 여전히 분쟁 중이라는 것,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 우리와는 여러 분야에서 경쟁 관계이며 예전에 뉴스에서 간혹 들렸던 자유중국이라는 단어는 중국과의 수교 이후 사라졌다는 것 정도가 타이완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일 것이다. 게다가 현재의 경우 친일 국가, 우리를 질투하는 국가 등등 좋지만은 않은 이미지로 박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외로 타이완은 역사적이나 경제적으로도 우리와 닮은 점이 무수히 많다. 역사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 공산당과의 내전 후 독재를 했던 점도 그러하고 경제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도 그렇다. 친일이 득세한다는 것도 비슷하려나? 리앙의 『미로의 정원』은 1950년대 국민당 독재 시절과 1970년대 고도 성장기 타이완의 모습에, 주잉홍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아버지 주주옌, 그리고 젊은 부동산 재벌 린시겅과의 관계를 시공간을 넘나드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정치적, 경제적 격동기를 보낸 타이완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그려냈다.

주잉홍은 함원에서 태어나 자라났다. 아버지 주주옌은 사상범으로 함원에 틀어박혀 카메라를 사고 함원의 사진을 찍고 자동차를 사들이는 게 유일한 낙이 되었다. 아버지는 죽고 함원은 주잉홍에게 남겨졌다. 이후 부유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린시겅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린시겅은 유부남에 소문도 좋지 않았지만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린시겅에게 두 번이나 버림을 받게 된다. 그녀는 돌아올 곳이 함원밖에는 없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정원(함원, 迷園)은 이 소설의 전부를 함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주옌이 국민당에 대한 반발로 칩거하고 주잉홍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주주옌은 함원을 가꾸며 중국과는 맞지 않는 식물을 뽑아버리고 타이완의 기후에 맞는 나무를 심으며 주체를 강조했고 주잉홍에게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주잉홍 역시 버림받고 돌아와 상처를 어루만진 곳이기도 하지만 중국식의 건축물에 아열대 나무가 자라는 미로와 같은 복잡한 이곳은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곳이기도 하며, 이는 결국 타이완 현대사의 단면 같은 장소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주주옌은 국민당에 대한 반발로 일본어를 사용하고 딸인 주잉홍을 아야코라고 부르며 이를 정제성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잉홍이 반했던 린시겅은 부동산 재벌로 술과 성(性)이 뒤섞인 비즈니스 접대문화로 이루어진 타이완 경제성장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타이완의 정치와 경제의 역사를 지운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매력이 숨어 있다고 하지만, 이 책은 타이완의 역사를 빼면 그저 그런 통속소설이 될 뿐이다. 타이완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있는 것이고, 그렇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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