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연필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6
마누엘 리바스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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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은 국민선거에 의해 수립된 좌파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 프랑코는 군부, 종교, 자본가의 연합으로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쟁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은 프랑코는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와 소련의 지원을 받는 좌파 정부와 치열한 내전을 치룬 끝에 스페인을 장악하게 되고 전사자 이외에도 수많은 인명을 처형하게 된다. 스페인 내전이 이렇게 확대된 이유는 강대국들과 주변 이익 세력의 개입 때문이었으며 이는 결국 곧 이어 발발하는 재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 되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작품으로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등이 있다. 이들은 작품을 통해 스페인 민중의 힘을 칭송했고 파시스트 정권의 승리에 정의도 패배할 수 있음을 배웠다고 한탄했다. 마누엘 리바스의 『목수의 연필 El Lapiz Del Carpintero』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삶에 관한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다. 민중의 힘은 위대하고 강한 것이어도 그 속의 개인은 전쟁의 비극에서도 사랑과 증오를 가진 평범한 존재일 것이다.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고 프랑코의 쪽에 붙은 에르발은 혁명가이자 의사인 다 바르카를 감옥에 쳐 넣고 그를 감시하는 간수 역할을 자처하게 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이 첫눈에 반해 짝사랑하게 된 여인이자 다 바르카의 연인이기도 한 마리사 때문이다. 마리사와 자신이 연결될 수는 없지만 그녀를 계속 훔쳐보고 싶다는 에르발의 질투와 욕망은 오히려 다 바르카의 생명을 연장해 줄 수 에 없는 이유가 되며 마리사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 주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에르발은 자신의 손으로 죽인 화가가 가지고 있던 목수의 연필을 우연히 얻게 되고 반복되는 환청과 다른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본래의 자신의 내면이기도 한 '강철인간'과 새롭게 드러나는 ‘화가’라는 두 자아, 에르발은 자신의 두 자아가 서로 대립하며 충돌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후 다 바르카가 제거 대상에 오르게 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흔히들 우리와 닮은 나라를 이탈리아에 비유하곤 하지만 스페인의 근대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겪은 상처와 스페인의 상처는 제법 닮아 낯설지가 않다. 역사의 비극은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한 것일까? 이 책을 읽다 보니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한창인 요즈음 우리나라의 상황과 묘하게 맞물려 흥미롭다. 프랑코의 쿠데타가 남긴 상처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스페인처럼 우리 역시 피를 흘려 이룬 민주주의를 부정한 쿠데타의 상처는 가시지 않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역사는 어디나 닮게 마련인가 보다. 프랑코에게도 카르멘 프랑코라는 딸이 있었다는 점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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