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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어머니에 대한 근친상간적인 욕망을 그리스 비극의 하나 오이디푸스에 빗대어 설명하는 이론으로 수많은 문학 작품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남자 아이에게 어머니는 이성이며 사랑의 대상이고 어머니를 얻기 위해 아버지와 같은 위치가 되려 하고 닮아 간다. 하지만 자신의 성기 제거에 대한 위협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되고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게 되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극복되는 것이 일반적인 성장의 방식이기도 하다.
아멜리 노통브의 『아버지 죽이기』 역시 제목만 보았을 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따르는 전형적인 소설처럼 보인다. 게다가 뒤표지의 붉은 글자로 된 “모든 사람은 어른이 되기 위해 아버지를 죽여야 한다!”라는 글귀와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말을 보아도 이런 의심이 더해진다. 아멜리 노통브가 해석하는 아버지 죽이기는 어떤 것일까?
열네 살이 된 조 위프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여러 남자들을 만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자신이 눈이 맞은 남자를 위해 조를 집에서 내보내게 된다. 쫓겨나게 된 조는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마술을 배우기 위해 유명 마술사인 노먼을 찾아간다. 아버지와 같은 노먼과 조가 사랑하게 된 노먼의 여자 친구인 크리스티나를 만나게 되고 가족처럼 살아간다. 18살이 되었을 때 마약 축제에 가게 되고 크리스티나는 마약에 취해 조와 자게 된다. 이후 조는 그들을 떠나 라스베이거스에 와서 부유한 딜러의 삶을 살게 되고 연락이 뜸해 진다. 불법을 저지르다 잡힌 조와 만난 노먼은 조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는 노먼을 삶에 아주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작가는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가 오이디푸스 식으로 해석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은 뒤집혀 있고 역설적이다. 조는 노먼을 만나기 전에, 이미 자신을 선택하고 사기를 칠 것을 원했던 신비롭고 위압적인 한 남자를 자신의 아버지로 인정했다. 아버지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에게 선택되는 것을 원했던 것이다. 조가 말했듯이 진정한 아버지는 오래 전 자신을 선택했던 사기꾼이었고 조를 아들로 생각했던 노먼은 철저하게 제 삼자의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역설이 되어 버린 이야기는 한 번 더 나아가게 된다. 노먼은 이제 조의 진정한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하고 조를 계속 따라다니게 된다. 노먼은 ‘아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버지가 더 큰 괴로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가지만 아버지 역시 아들을 닮아간다. 조와 노먼은 놀랄 만큼 닮아 있지만 서로에게 매혹되지 못했다. 어쩌면 이것이 지독히 현실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