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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이야기 ㅣ 샘터 외국소설선 8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는 성공한 작품의 후속작이 나오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성공한 전작의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야기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즐겁지 않은 일이다. 전작의 성공을 놓지 않고 싶어 하는 작가나 후속작을 애타게 기대하던 독자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의 후속작 이야기가 나왔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할까. 후속작 『유령 여단』과 『마지막 행성』 3부작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 듯 보였으나 결국은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조이 이야기』까지 등장해서야 그 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걱정과는 달리 후속작 역시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조이 이야기』는 외전이라는 이름답게 전작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보통 짧게 끝나기 마련인 에필로그를 한 권의 책으로 써낸 듯한 느낌으로 SF라기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까운 느낌이다.
『조이 이야기』가 성장소설에 가까운 이유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노인의 전쟁』 3부작은 좋은 SF기도 하지만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져가는 이야기이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전쟁』의 첫 구절은 이렇다.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에 입대했다.” 젊은 육체로 태어난 존 페리의 이야기다. 『유령 여단』에서는 조이의 친아버지인 샤를 부탱과 조이, 샤를 부탱의 DNA를 가진 특수부대원의 이야기였으며 『마지막 행성』에서는 존 페리의 죽은 아내의 DNA를 가진 제인 세이건의 이야기이며 페리와 세이건, 그리고 조이가 가족을 이루며 끝맺음을 한다. 이제 에필로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까.
가족이 된 페리와 세이건, 조이는 허클베리 행성에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우주개척연맹으로부터 새로운 식민지 행성을 개척하고 지도자가 되는 것을 제안받고 떠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기대에 부풀어 도착한 곳은 전통적인 의미의 평범한 개척지가 아닌 우주개척연맹이 외계종족과의 전쟁을 위해 미끼로 사용하기 위한 행성이었다. 페리와 세이건은 행성과 개척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리저리 애써 보지만 개척연맹에게 제지를 받게 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샤를 부탱의 딸이기도 한 조이에게 한 가지 일을 맡기는 것이었다.
『조이 이야기』로 『노인의 전쟁』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끝맺음을 했다. 에필로그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이야기를 왜 또 냈을까 하는 의심은 책을 읽으며 말끔하게 사라졌다. 복잡한 이야기를 가진 가족들이 『조이 이야기』를 끝으로 이제 평범한 개척민이 되었다. 각각 다른 독특한 이야기로 즐거움을 주었던 시리즈가 끝나는 걸 보니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즐거움도 컸다. 혹시라도 『조이 이야기』를 처음 보려는 독자가 있다면 얼른 책을 덮으시라. 시리즈의 시작은 『노인의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