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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이병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학교에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기억이 있다. ‘반드시 읽어야 할 몇 권의 책’ 같은 권장도서 또는 필독도서 목록이다. 책 제목과 저자가 빽빽하게 적힌 이 목록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이름이 하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우리는 그를 대문호라 알고 있으며 누구나 들어 봤을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작가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익숙함만큼이나 낯선 작가이다. 많은 집 책장 속에 문학전집이나 오래된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꽂혀 있을 법한 익숙함과 그 익숙함만큼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낯섦이다. 이병훈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와 예술, 작품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서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생가로 시작해 무덤에서 끝을 맺는 이 책은 그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그 속에 피었던 작품세계를 들려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했던 가난한 작가였다. 소년 시절에 그의 어머니는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이후 그의 아버지마저 농노들에게 살해당했다. 1849년 지식인들의 모임에서 금서인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한 후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받는다. 사형을 언도했다가 극적인 순간에 징역으로 바꾼다는 황제의 연출 덕분에 도스토예프스키는 4년간의 징역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에게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남겼다.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이 사형대에 끌려가기 전의 묘사는 당시의 기억이다.
‘내가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그림자는 간질이 함께했다. 징역 생활 중 악화된 간질은 평생 그를 괴롭혔다.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이 간질을 앓는 인물이 유독 많은 것도 그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말년에는 유전병으로 막내아들을 간질로 잃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아이를 잃은 아낙네가 등장하는데 이는 자신의 분신이다.
또한 그는 가난한 작가였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풍족하게 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작가가 된 후에도 작품을 싸게 팔아 연명했다. 게다가 도박에 열중했으며 그 때문에 돈을 위해 글을 쓰게 되었고 평생을 돈에 얽매여 살았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이며 『노름꾼』은 도박에 대해 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문호라는 막연한 호칭으로만 알고 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을 좇다 보니 그 역시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아니, 평범하다는 말보다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러시아의 평범한 소시민인 그의 고통스러운 삶이 그의 작품이 되었고 작품이 곧 삶이기도 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고달픈 삶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미쉬낀 공작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는 그의 삶에서 바랐던 선한 세상의 의미였고 그의 예술관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