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 1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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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조금 먹은 남자들이라면 어린 시절 어린이 야구 회원에 가슴 설레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부모님을 졸라 어린이 야구 회원으로 가입해 멋들어진 점퍼와 이것저것 선물을 받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이 야구중계를 가끔 볼 때마다 들곤 한다. 때마침 어린이 회원으로 가입했던 년도에 팀이 우승을 해서 보너스 선물까지 받았으니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니더라도 야구는 흔히 인생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어디 그렇지 않은 스포츠가 어디 있으랴. 브라질은 축구를 인생에 비유할 것이고 인도는 크리켓을 인생에 비유할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야구는 미국을 빼 놓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미국인들의 삶 속의 일부이며 자존심이기도 하다. 아버지들이 아들과 캐치볼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아들과 야구장에 자신의 팀을 함께 응원한다. 아들은 야구 카드를 모으고 글러브를 선물받으며 그렇게 또 아버지로 자란다. 채드 하바크의 『수비의 기술』은 야구 이야기이며 야구와 함께 살아온 인생 이야기다.

웨스시티, 조그마한 도시의 대학 야구부 주장이며 포수이기도 한 마이크 슈워츠는 왜소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헨리 스크림섄더라는 유격수를 발견한다. 헨리 스크림섄더는 자신이 외부에서 평가받는 기준으로는 야구를 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인정해 준 마이크 슈워츠를 따라 웨스시티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룸메이트인 오웬을 만나게 되고 동료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점차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주며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성장하지만 경기 중 룸메이트인 오웬의 머리를 야구공으로 강타하게 되어 긴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또한 그를 이끌어준 주장 마이크 슈워츠는 자신이 지원했던 로스쿨 대학원 진학에 모조리 실패하게 된다.

야구는 굉장히 독특한 스포츠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축구를 예로 들면 공을 가지고 공격을 하다가 뺏기게 되면 바로 수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야구의 경우는 수비를 하면 아웃카운트 세 개가 되어 회가 끝날 때까지 수비만 해야 한다. 결국 수비의 주인공은 투수가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헨리의 포지션인 유격수는 타자들이 가장 많이 공을 보내는 코스며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야구장에서 가장 불안한 장소이다. 공이 어떻게 자신에게 날아올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늘 그렇지만 인생과 닮아 있다.


스포츠가 소재가 되는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스포츠 자체보다는 스포츠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이리라. 『수비의 기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정, 사랑, 슬럼프, 진로 등, 야구 이야기를 곁들인 전형적―동성애 관련 코드는 이제 미국의 문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긴 하지만 오웬과 총장의 동성애 스토리는 당혹스러운 면도 있다―인 미국식 캠퍼스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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