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의 노래(들) - 닉 혼비 에세이
닉 혼비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리뷰를 쓰려고 읽은 책을 뒤적이는 중 박주영의 아스날 입단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당연하게도 닉 혼비 역시 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닉 혼비는 이제 두 명의 Park을 기억할 것이다. 번번이 자신의 팀 아스날에게 골을 넣으며 굴욕을 맛보여준 박지성과 이제 자기 팀의 공격수가 된 박주영. 축구가 아닌 노래를 주제로 한 에세이에 이렇게 축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뻔하다. 영국(잉글랜드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겠지만)의 사람들에게 축구와 음악을 빼놓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리버풀을 응원하고 비틀즈를 사랑하거나 맨체스터시티와 오아시스를 함께 사랑하는 곳이다. 이것이 그들의 삶이고 닉 혼비야말로 아스날의 영원한 추종자 아니던가.

작가로 유명해진 닉 혼비이지만 실제 글쓰기는 음악 평론으로 먼저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닉 혼비의 노래(들)』은 평론이 아닌 음악에 대한 에세이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평범한 구성의 에세이로 다행(?)하게도 축구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피버 피치』에서 축구광으로서의 닉 혼비의 모습을 봤다면 『하이 피델리티』에서는 그의 음악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고 이 책에서는 아예 음악을 말한다. 음악을 평론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일 뿐이다. 가사가 없는 음악을 싫어하고 흔해 빠진 팝뮤직에 빠져 자꾸 듣게 된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물론이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당연하게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그 음악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다. 섹스의 사운드트랙으로 가장 좋다는 카를로스 산타나의 삼바파티(Samba Pa Ti)를 들어보지 않고 어떻게 그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을 할까. 다행히 인터넷 덕에 쉽게 음악을 찾아 들을 수도 있으니 그의 글을 읽기 전에 유튜브에서 한 번쯤 검색해 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책의 첫 곡인 틴에이지 팬클럽이라는 60년대스러운 이름을 가진 밴드의 노래가 모던록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음반 <Born to Run>의 <Thunder road>에 대한 닉 혼비의 이야기는 고해성사에 가깝게 들린다. 마지막 음악인 로스 로보스의 <El Cancionero>는 어떠한가. 음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박스셋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음반 가게와의 인연 이야기 같은 평론가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그저 음악을 듣고 음반을 사는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 마음을 풀고 공감하며 집중할 수 있다.

닉 혼비의 이야기에 노래들을 더 깊은 감동으로 이끈다는 책 소개의 공치사는 제쳐두고라도 작가 자신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각 이야기를 읽기 전에 해당되는 노래를 들어본다면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고 좋아하던 노래가 등장한다면 훨씬 더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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