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소설이 상상력을 자극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사카 코타로의 이야기들은 최상급임에 분명하다. 『마왕』이나 『종말의 바보』와 같은 작품들만 해도 그럴 듯한 배경에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이야기에 감정이 과하게 개입된 듯한 이야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우울한 이야기라도 덤덤하게 풀어나가는 이사카 코타로의 방식을 좋아한다. 『바이바이, 블랙버드』라면 음악팬들이라면 유명한 노래이자 재즈 스탠다드 넘버로 기억될 것이고 영화 「퍼블릭 에너미」의 존 딜린저를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삼십대 초반의 귀가 크지만 개성 있는 외모를 지닌 호시노, 빚을 잔뜩 져 얼마 후면 '그 버스'를 타고 사라질 위험에 쳐해 있으며 사채업자가 파견한 180센티미터에 180킬로그램의 마유미라는 거구의 여성에게 감시받고 있는 별 볼일 없는 남자다. 하지만 이런 별 볼일 없는 남자는 무려 다섯 명의 여자와 동시에 사귀고 있다. 이런 호시노가 '그 버스'에 타기 전에 사귀던 사람에게 이별을 하기 위해 마유미와 함께 한 명씩 찾아간다. 각각의 애인들은 호시노에게 ‘그럼 그 이야기―다섯 명의 여자들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첫 부분에 실려 있다―도 거짓말이었던 거야?’라고 묻는다. 호시노는 그건 정말이었다고 열심히 변명하지만 거구의 마유미는 옆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이별을 전하는 호시노에게 마유미는 차 안에서 흐르는 『바이바이, 블랙버드』라는 노래의 의미를 듣고 “그거, 네 얘기야, 불운의 새, 호시노 짱, 바이 바이 호시노 짱”이라며 마음껏 비웃는다. 하지만 다섯 명의 여자들은 대부분 호시노와의 추억을 좋게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을 진심으로 대했다는 것을 알고 의외로 이별을 아쉬워한다. 이런 알 수 없는 여자들의 반응과 끝까지 진지한 호시노를 보고 이별한 후에도 다섯 명의 여자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해주려는 호시노의 계획에 동참하는 등, 의외로 좋은 콤비처럼 행동한다.

『바이바이, 블랙버드』는 다자이 오사무의 미완작인 「굿바이」의 후속편 격으로 알려졌다. 특히 작가가 집필한 원고를 미리 뽑힌 소수의 독자에게만 편지처럼 직접 우편으로 보내주는 우편소설 형태의 방식을 채용해 마지막 작품을 추가해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처럼 이 이야기도 뒷마무리는 말끔하지 않다. 마유미나 주인공이 타게 되는 버스의 정체는 끝내 알려주지 않으며 그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와중에 이야기는 끝맺게 된다. 주인공인 호시노와 그를 감시하고 있는 마유미라는 특별한 커플이 벌이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들, 이사카 코타로의 이야기는 역시나 재미있었다. 독자라면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이 재미있다면 더 무엇을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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