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바라보다 -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엘린 켈지 지음, 황근하 옮김 / 양철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고래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에이허브 선장과 사투를 벌였던 고래를 떠올릴 사람도 있겠고 우리 영화나 노래 「고래 사냥」에서 젊은이들의 자유나 이상과 희망 같은 존재였던 고래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또 어쩌면 고래 고기나 포경 수술 같은 것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래는 상당히 독특한 생명체다. 고래는 바다 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고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나와야 하는 물속에 사는 동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거대한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거인의 모습과는 달리 고래의 면면은 베일에 싸여 있다.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엘린 켈지는 『거인을 바라보다』에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고래 연구가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우리가 알 수 없었던 고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고래의 삶이 어떤 부분에서는 인간과 매우 닮아 있음을 알려준다.

고래를 이야기할 때 빼먹지 말아야 하는 첫 번째가 바로 ‘모성’이다. 위험에 바로 노출된 바다에서 새끼를 낳아 키우는 어미 고래는 새끼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핀다. 쇠고래의 경우 2년에 한 번씩 긴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를 낳고 지느러미로 새끼를 품어 안아 보살핀다. 이처럼 쇠고래 새끼는 어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운다. 하지만 이런 쇠고래에게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식을 가르치고자 하는 또 다른 고래, 범고래다. 범고래는 자신의 새끼들이 쇠고래 새끼들을 사냥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또한 고래는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특히 돌고래가 더욱 뛰어난데 병코돌고래의 경우 자신만의 특정한 소리인 휘파람으로 자신의 이름을 만든다. 또한 혹등고래의 뇌에서 발견되는 방추신경세포는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게다가 친인척이 아닌 개체들과 사회적 유대를 갖고 함께 행동―이런 계약 관계는 번식기가 되면 깨어지고 서로 경쟁 관계에 돌입한다고 한다―을 한다고 하니 돌고래들이 인간처럼 또 다른 사회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래는 이런 삶을 살다 죽은 후에는 각종 해양 생물에게 오아시스의 사막처럼 양분 공급처가 된다. 상어들이 죽은 고래의 부드러운 부분을 먹고 연체동물이나 갑각류 같은 것들이 2년여에 걸쳐 나머지를 섭취하고 뼈만 남겨둔다. 그리고 송장벌레들이 마지막 남은 뼈마저 없앤다. 거대한 고래의 경우 이 시간이 70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거인에 어울리는 죽음이다.

현재 고래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포획과 가혹한 환경 등으로 멸종 위기에 쳐했다고 한다. 뒤늦게 포경 금지를 하고 고래의 개체수를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거대한 바다 속에서 사는 거인들, 고래의 삶은 그 몸집처럼 거대해 보이지만 인간처럼 때로는 기쁘고 힘들고 바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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