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조호근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SF의 세계―소설이나 만화나 영화 등―소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면서도 써먹기 어려운 소재가 바로 타임머신이 아닐까 한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과거의 변화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할어버지 패러독스―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일 경우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로 잘 알려진 타임머신의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SF에서는 여러 세계관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소극적으로는 타임 폴리스―과거를 변경하는 시간 여행자들을 감시하는 경찰―를 등장시키는 방법도 있고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우주 자체를 나누는 것이다. 패러럴 월드라 불리는 평행우주가 그것인데 물리학이 아닌 SF의 세계관에서 표현되는 평행우주는 선택―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주사위를 던질 경우 우주는 1에서 6까지 나오는 우주로 나누어진다. 그렉 이건의 『쿼런틴』에서 주사위를 던져서 어떤 숫자가 나올 것이지 알아맞히는 훈련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은 미래를 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나오는 우주를 선택하는 것이다―이 그 조건이 된다. 어쨌거나 타임머신의 이야기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찰스 유의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서는 그 진부한 소재인 시간 여행의 여러 요소에 철학적 관점을 더해 꽤나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임머신 수리공으로 일하는 찰스 유는 생활의 대부분을 타임머신 속에서 홀로 보낸다. 주위에는 우주 활극물에서 구출해 낸 로봇 개 에드와, 소심하고 우울한 여성형 유저 컴퓨터 인터페이스인 태미, 자신이 사람이라고 믿는 관리직 프로그램인 필뿐이다. 그의 어머니는 1시간짜리 홀로그램 타임루프 속에서 가상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으며 아버지는 타임머신의 개발 도중 시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타임머신 수리를 위해 고향인 루프 시티에 도착하게 된 찰스 유는 다음 날 찾아간 정비센터에서 미래의 ‘나’가 똑같은 타임머신으로 내리는 모습을 보고 원칙을 무시한 채 미래의 ‘나’를 총으로 쏴버린다. 미래의 ‘나’가 타고 온 타임머신을 타고 급하게 출발하지만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쏘아버리게 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빠지게 된다. 타임머신 안에서 미래의 ‘나’가 쓴 책인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발견하게 되고 미래의 ‘나’가 쓸 책을 현재의 내가 써 가면서 타임루프를 탈출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작가 지망생이었으나 현재는 법조인 생활을 하고 있는 찰스 유의 이 이야기는 기발하다 못해 넘치는 상상력으로 가득 차 넘칠 정도다. 작가 자신도 굉장한 SF 팬임에 틀림없는 것이 타임머신에 관련해 이야기되었던 모든 것들―알 수 없는 이론들, 패러독스, 평행우주, 타임루프에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까지―을 자신의 이야기 속에 우겨 넣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 욕심 때문인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싶을 때도 있다. 결국 이것은 시간의 이야기인 동시에 개인의 이야기다. 다만 스페이스 오페라식의 역경을 이겨내고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고 개인적인 성장기다.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미래에서 보게 될 과거의 삶일 것이다. 찰스 유는 현재를 사는 것이 과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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