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학교 - 고양이에게 배우는 마음공부
잇사이 쵸잔시 지음, 김현용 옮김, 이부현 감수 / 안티쿠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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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고양이 그림에 ‘고양이 대학교’라는 책의 제목.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어떤 이야기일까 싶다. ‘고양이에게 배우는 마음 공부’라는 걸 보면 예전 고양이 이야기를 모아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책 첫머리에 있는 추천의 글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은 검도에 관한 무도서이기 때문이다. 다만 검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쓴 우화이긴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노장 사상을 비롯한 동양 철학과 중세 일본에 널리 퍼진 선불교 사상이 어우러져 심오한 철학의 세계까지 제시하고 있다. 『고양이 대학교』는 도가 사상의 계몽서로 에도 시대 사무라이이며 계몽사상가인 잇사이 쵸잔시가 검술의 정도를 가르치고자 쓴 『이나카소우시』 전 10권 중 1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시에는 비전서로 취급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쇼켄이라는 검술가의 집에 나타난 큰 쥐를 잡기 위해 주위의 평판이 좋은 고양이를 데려왔으나 쥐를 잡기는커녕 오히려 쥐에게 당할 뿐이었다. 결국 근처의 마을에 뛰어난 고양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데려온 것은 똘똘해 보이지도 않는 늙은 고양이였다. 그런데 큰 쥐가 고양이를 보자마자 위축되어 움직이지도 못해 늙은 고양이가 손쉽게 쥐를 물어 왔다. 이에 젊은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수련 과정을 이야기하며 늙은 고양이에게 그 비결을 묻자 정도(正道)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양이 대학교』에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최고가 되려는 젊은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기술을 수련하는 검은 고양이에서 기세를 단련하는 호랑이 무늬 고양이, 그리고 경험이 쌓여 마음을 다스리는 회색털 고양이다. 사실 이 고양이들은 검도는 물론 무술의 수련 단계와 그리 다르지 않다. 처음에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고 기세를 단련해 경험을 쌓으면 마음을 다스리려 한다. 그리고 여기서 깨달음을 얻게 되면 자연과 융화되어 무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무술 뿐 아니라 사람의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살아오면서 마음을 다스린 후에야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 대학교』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인 장자의 달생편 싸움닭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가 말하길 좋은 싸움닭은 나무로 만든 닭처럼 주위의 어떤 것에서 반응하지 않는 무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 했다.

『고양이 대학교』는 얇은 책이다. 시대 상황이나 소개 등의 내용을 제외하고 책의 실제 내용만이라면 몇 장 정도면 끝이다. 이 얇고 쉬운 우화로 된 책에 담긴 내용은 쉽지 않다. 모든 것을 초월해 무가 된다는 것, 깨달음이란 자신 속에 있는 것을 제대로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 경지는 검도와 같은 무술 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가장 찾기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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