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지 에디션 D(desire) 1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신적인 관념이나 사회적인 관습에 의하여 어떤 행동이나 말을 금하는 것을 터부(taboo)라고 한다. 종교적인 금기는 물론 이사나 결혼, 또는 출산처럼 사회적인 부분에서도 어른들은 여지없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성적인 부분에서 역시 가장 금기시되는 터부라면 근친에 관한 것일 것이다. 특히 성에 대한 터부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Desire)이 내재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일반적인 터부가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성에 관한 터부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며 이를 법적으로 제재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터부는 욕망을 억제하고 욕망은 그 터부를 깨고 싶어 한다. 조세핀 하트의 『데미지』는 인간의 숨겨진 욕망 중에서도 가장 금기시되는 부분을 건드린다.

스티븐 플레밍은 의사이자 국회의원이며 무엇 하나 부족해 보이는 것이 없는 중산층 가정을 가진 50대의 남자다.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두 자녀를 가진 그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축복받고 괜찮은 삶이었지만 과연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고민한다. 혼돈과 열정이 부족한 그저 지루하고 평온하기만 한 삶, 고독하고 허기진 그에게 어느 날 안나가 나타난다. 그는 안나를 처음 본 순간 자신과 닮은 사람이며 그녀와 사랑에 빠질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며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선물이 될 것임을……. 안나는 아들 마틴의 연인이었다. 예전처럼 평온한 삶을 위해서는 안나를 포기해야 했지만 스티븐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마침내 다시 발견한 자신의 진정한 삶을 포기할 수 없었으며 참기에는 너무나도 원초적이고 정열적인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결국 금기를 깨뜨렸고 비극은 찾아왔다. 안나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아들 마틴은 계단에서 떨어져 죽었다. 스티븐은 지루하기만 했던 평온한 삶은 물론 기적과 같이 나타난 안나까지 모든 것을 잃었다. 이전만큼 욕망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이제는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D라는 글자 안에 섹스를 암시하는 사진이 들어가 있다. 인간의 에로티시즘과 욕망을 말하는 ‘에디션 D(desire)’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데미지』를 선택한 것은 탁월해 보인다. 실제로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도 파격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흔하디흔한 삼각관계를 터부시되는 설정으로 바꾼 것이 이렇게 비밀스럽고 치명적인 이야기가 될 줄이야. 조세핀 하트의 의도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은 금기된 것을 깨뜨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비극적으로 표현해 냈으며 안나는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해서 죽은 오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준 마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욕망을 끝까지 숨기지 못한 마틴의 아버지. 금기를 깨버린 성적인 욕망은 결국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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